수려한 변산반도와 채석강으로 유명한 '한국바둑의 메카' 부안에서 열린 조-이 사제의 왕위전 도전2국은 제자의 승리로 끝났다.
고향(전주) 인근이라 마음이 편안했을까. 스승의 끊임없는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제자의 뚝심이 돋보였다. 비록 잔 끝내기 단계에서
난조를 보여 차이가 꽤 좁혀졌지만, 대체로 이창호의 완승이라는 평가.
특히 꾹꾹 참으며 두터움을 비축하다 중반 승부처에서 강수를 터뜨린 장면의 이날 바둑의 압권이었다.
[제37기 왕위전 도전2국]
○조훈현 9단(도전자) ●이창호 9단(왕위)
<2003. 7. 19, 304수 끝, 흑 1집반승>
장면(이창호의 강타)
상변 접전에서 조훈현 9단의 현란한 변신술이 주효해 흑이 초반 우세를 어느덧 다 까먹었다는
분석이 나돌 무렵, 이제까지 인내로 일관해오던 이창호 9단이 돌연 강타를 터뜨린다.
흑1이 강력한 보디체크! 흑●의 두터움을 배경삼아 ▲를 효과적으로 수습하려는 능동적 발상이다.
그리고
백2에 흑3으로 맞끊은 것이 준비된 후속타. 백도 좌변이 엷어 만만치 않게 되었다.
참고도1(밋밋한 공배연결)
흑▲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흑1이 보통.
그러나 공배로 연결만 했을 뿐 낙이 없다.
이처럼 좌변 백진이 완벽하게 굳어지고 흑의 두터움이 무용화해서는 도리어 백이 해볼만한 형세.
참고도2(백, 굴복)
흑1의 붙임에 백2로 느는 것은 굴복.
흑3~7로 중앙에 살집을 붙여 흑이 만족스럽다.
실전진행1(얄미운 응수타진)
조9단은 백1·3의 최강수로 분연히 맞서
흑 두점을 잡았으나, 흑도 그 틈에 좌변을 수습해 불만이 없다.
그리고 다음 순간 흑12가 응수타진의 대가다운 교묘한 수. A의 준동과 좌변 백진의 허를 동시에 엿보는
'얄미운' 한 수였다.
참고도3(흑, 낙승지세)
백1로 따내면
개운하지만, 흑2·4를 선수로 당하는 것이 아프다.
그런 다음 유유히 흑6으로 손을 돌리면
흑의 낙승.
실전진행2(노림수 작렬)
조9단은 고심 끝에 백1로 강력히
맞대응했으나, 이번에는 흑2·4가 얄궂은 응수타진. 흑6까지 좌변을 선수로 완생시키며 A의 큰 끝내기를 남긴 소득이 적지
않다.
형세의 여유가 없는 백이 바삐 우변 끝내기에 손을 돌리자 급기야 흑8의 노림수가 작렬했다.
참고도4(백, 굴복)
백1로 순순히 받는다면 흑2·4를 선수해
흑 만족. 흑A가 남은 것을 감안하면 좌하 백진이 상당히 쪼그라든 모습이다.
기세와 반발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조9단의 기풍상 이렇게 앉아서 지는 길을 택할 리는 만무하다.
실전진행3(흑, 승세확립)
백1로 끊었으나,
흑2·4로 밀고 나가자 좌하귀가 몹시 시끄러워졌다. 결국 흑12까지 백집을 크게 침식해 좌변 접전은 결국
흑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흑A의 끝내기가 남은 것도 흑의 자랑)
그리고 흑의 승리도
어느새 굳어졌다.
참고도5(꽃놀이패 발생)
생각같아선 백1로
버티고 싶지만, 흑12에 이르러 큰 사고가 난다. 비록 1수 늘어졌지만, 흑의 꽃놀이패!
백집에서 이처럼 큰 수가 나서는 물론 백이 절망적이리라. 그래서 천하의 조훈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굴복한 것이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