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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연승최강전

하이라이트/'컴퓨터 종반' 어린왕자의 자멸극

신예연승최강전 우승결정국 하이라이트

2003-09-01 오후 12:41:48 입력

바로 이틀 전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울고 웃었던 송태곤과 박영훈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라이벌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실질적인 한국 5위를 다투는 빅게임이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 을까. '큰 승부에 명국없다'는 말처럼 이날 바둑은 신예최강을 다투는 결승답지 않게 실수와 해프닝이 많았다. 그러나 시종 손에 땀 을 쥐게 하는 명승부이기도 했다.

입단 동기면서도 송태곤보다 한 살 많은, 1년 먼저 스타덤에 올랐던 박영훈의 부담이 더욱 컸던 모양이다. 컴퓨터같은 형세판단과 종반마무리로 유명한 그가 넉넉한 형세임에도 무리를 범하다 역전패한 것은 원숭이가 나무에 떨어진 데 비유할 만한 해프닝이었다.



[제3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결승2국]
○박영훈 4단 ●송태곤 5단
<2003. 8. 31, 189수 끝, 흑 불계승>



장면1(박영훈의 타개묘기)

초반 박영훈 4단이 승기를 잡는 장면.
흑1은 우변 흑 모양을 삭감해온 백 전체를 노리는 호방한 공격수. 그런데, 흑3·5는 좀 지나쳤다.

송태곤이 무리를 범하자 박영훈의 소문난 타개솜씨가 번뜩인다. 백4~8이 교묘한 수 순. 그리고 백10이 기막힌 맥이어서 백의 숨통이 활짝 열렸다.



참고도1(흑, 망함)


계속해서-
흑1로 끊는 것은 백2로 돌려쳐 흑의 응수가 두절된다. 다음 백A와 B가 맞보기.



참고도2(역시 백, 성공)


흑1로 막는 것도, 백2~14의 수순으로 산다.

국후 복기에 참가한 이세돌 9단과 박영훈 4단이 단숨에 제시한 참고도. 이 그림은 백이 너무 깨끗이 산 데다 A의 준동이 강력히 남아 백 성공이라는 평이었다.



실전진행1(백, 타개성공)


방심하다 허를 찔린 송태곤 5단은 고민 끝에 흑1로 우변을 수습하고 보았으나, 백2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백4로 뚫려서는 흑의 대실패.
당초 심하게 몰릴 것 같던 백대마가 흑모양을 관통하며 타개해서는 백 우세가 확립되었다.



장면2(박영훈의 과속)


우하 백대마가 흑모양을 횡단하면서 떵떵거리며 살아가서는 백이 크게 우세한 바둑. 이즈음 송태곤 5단은 벌써 마음을 비우고 2시간 후에 벌어질 결승3국에 대비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돌연 백1이라는 강수가 등장하며 국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우세한 쪽에서 승부수를 던지다니. 불리한 송5단으로선 고맙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흑4로 차단해 이젠 뭐가 뭔지 모르는 혼전이 돼버렸다.



참고도3(백의 낙승코스)


그냥 백1로 끊어잡았으면 백의 낙승.
우상 쪽은 A의 침입수단, B의 끝내기수단, C의 삭감여지가 남아있어 그리 큰 집이 될 곳이 아니었는데, 잠시 후 이곳은 상상을 초월한 흑의 대가가 돼버린다.

국후 송태곤 5단의 소감.
"혼자 세 번을 두어도 지을 수 없는 큰 집을 백의 무리 덕분에 거저 지었어요."



실전진행2(박영훈의 갈팡질망)


백1은 지나가는 길에 선수하려 한 것인데, 흑2로 강력히 반발하자 덜미를 잡힌 꼴.
당혹감에 사로잡힌 박영훈, 설상가상 초읽기에 몰리자 이때부터 급격하게 무너진다. 백9로 움직이다가 백11에 손을 대더니 다시금 백15~23으로 몸부림친 것이 파멸을 재촉한 갈팡질팡 수순.
결국 흑26에 이르러 백의 침입군은 숨 한번 못쉰 채 즉사하고 말았다. 송5단의 말대로 당초 별것 아니던 우상 흑모양이 엄청난 대가로 완성됨으로써 바둑도 허망하게 끝났다.

박영훈의 실수 탓이 컸지만, 그래도 단한번의 찬스에서 일발필도의 KO펀치를 작 렬시킨 송태곤의 펀치력도 새삼 빛났다.



참고도4(차선의 수습책)


국후 이세돌, 송태곤 두 사람이 그린 참고도. 그나마 이렇게 수습하는 것이 차선이었다.
좌변에서 흘러나온 흑대마가 살아갈 때 끝내기에 착수했으면 아직도 백의 희망적인 바둑이었으리라.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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