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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돌부처'보다는 '강태공'이 좋아요"

바둑TV 인터뷰서 밝혀… 생애 첫 토크쇼 출연

2004-02-06 오후 3:07:33 입력

이창호가 변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지 꽤 됐다. 하지 만 이창호는 자신의 바둑처럼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다.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만 어렵게 찾아서 바둑을 두듯이 말 한 마디 한 마디 최선의 단어를 어렵게 찾아서 말하는 '이창호 스타일'은 그의 몸에 그대로 배여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창호의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이창호는 조금씩 변해 왔다. 계절이 바뀌듯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거친 끝이 지금의 이창호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이창호 9단이 생애 처음으로 TV 토크쇼에 출연했다. 2 월 5일 바둑TV에서 방송된 '생생! 바둑 한게임' 프로그램 패널로 카메라 앞에 선 것이 다. 신문기자 인터뷰도 꺼리는 이창호 9단이 생방송에 출연하고 그것도 입담이 있어야 하는 토크쇼에 나왔다 는 점이 바로 이창호 9단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창호 9단은 자신과 스승인 조훈현 9단과의 만남, 그리고 어 릴적부터 입단할 때까지 사연, 좋아하는 이상형, 바둑


▲바둑TV '생생! 바둑 한게임'에 출연해 노트북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창호 9단. [사진제공=바둑TV]
관 등에 대해 약 1시간 가량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진행자 로 나선 이세돌 9단과 한해원 2단, 방송인 김유리씨와 함께 '토크쇼'를 보여준 이창호 9단의 얘기를 인터 뷰 형식으로 살펴본다.

-그동안 수많은 기록을 세워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은?
처음으로 세계대회에 우승했을 때도 기억에 남고, 또 선생님(조훈현 9단)과 사 제도전기에서 처음으로 이겼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스승인 조훈현 9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8살 무렵에 지금은 작고하신 전영선 사범님에게 약 1년 가량 바둑을 배웠다. 그 때 전사범님이 선생님을 소개해줘서 한두번 지도대국을 가진 뒤 내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창호 9단이 11살에 입단을 했으니 바둑은 배운지 3 년만에 입단한 것이 아닌가. 조훈현 9단 다음으로 최연소 입단자인데, 입단이 힘들지 않았나?
입단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초반에 4연패를 당해서 입단에 실패했다. 두번째 출 전했을 때에도 초반에 2연패를 당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당시 아버지의 "승패와 무관하게 최선을 다 하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비운 덕분에 연승을 거둬서 입단할 수 있었다.

-스승인 조훈현 9단과의 대국은 다른 기사와 둘 때와 비교해 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처음에 선생님과 바둑 둘 때는 너무 부담이 많이 되어서 제대로 바둑을 둘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약 300판 정도 둔 것 같은데 처음에 비해서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과 대국할 때보다 조금 더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취미는?
한때는 우스개소리로 '스포츠맨'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물론 운동신경과 는 무관하게 운동을 좋아해서 들은 말이다.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테니스를 즐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 테니스도 바둑처 럼 수비형인가?
실력이 약해서 공격이 잘 못하기 때문에 공을 넘기는데 급급한 편이다. 공을 잘 넘기다보면 상대가 실수를 해서 한판씩 이기곤 한다.

"재미없는 책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 미있어"

-요즘에는 독서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바둑을 배운다고 워낙 어릴 때부터 책과 담을 쌓아서 지금부터라도 많이 읽어 야 할 처지다.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매우 힘들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재미없는 책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읽다보면 조금씩 재미가 느껴진다.

-우승상금으로 인해 연수입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한달 용돈은 얼마나 되나?
용돈은 극비사항이다(웃음). 돈은 부모님이 관리하는데, 필요하다고 하면 얼마 든지 주신다. 적당히 사용하고 있다.

-이상형은?
느낌이 통하고 만나다보면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이 좋다.


▲바둑TV '생생! 바둑 한게임'에 출연해 자료화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 는 이창호 9단(맨 오른쪽). 그 옆으로 한해원 2단, 이세돌 9단, 김유리씨.

-이상형과 닮은 연예인은?
연예인들 중에 예쁜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꼽을 수가 없다. 예전에 비 해서 이상형이 조금 바뀌었는데 지금은 느낌이 통하는 여자가 좋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가?
요즘에 책을 읽으면서 철학이나 역사 등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다. 관심 있 는 분야를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둑을 두면서 후회한 적은?
부분 부분적으로 조금씩 힘들 때는 있었지만 크게 볼 때 후회는 없었다.

-그렇다면 바둑을 두면서 좋았던 점은?
바둑은 앞으로도 계속 배울 수 있고, 또 바둑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울 수 있 다는 점이 좋다.

-결혼을 해서 2세를 갖게 되면 프로기사를 시킬 계획인 가?
글쎄… 그건 본인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지 않을까. 재미로 바둑의 룰 정 도는 알려줄 수 있겠지만. 본인이 지루해하지 않고 흥미를 느끼는지 살펴본 뒤에 판단해야 할 것 같 다.

"어릴적 바둑 덕에 학교 안 가 좋았다"

-이창호 9단은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워 보 통 사람들과는 다른 유년기를 보냈는데 좋았던 점은?
어렸을 때 학교가는 걸 무척 싫어했는데, 공식 대국이 있는 날은 학교 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예전의 수비적인 기풍에서 요즘에는 공격적 인 면도 보이는 등 기풍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요즘에 조금 기풍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일부러 기풍을 변 화시키는 건 아니고 후배인 신예기사들과 바둑을 두다 보면 선배기사와 둘 때보다 투지가 솟는다. 그래서 좀 더 치열하게 두다보니 기풍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변화할 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세돌 9단을 비롯해 요즘의 신예기사들 중 라이벌을 꼽자면?

이세돌 9단은 아주 강력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예기사들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바둑도 강하다. 하지만 다 른 기사들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좀 더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넥타이 매는 법 잊어버려서 넥타이 안 매"

-이창호 9단은 노타이에 주로 검은색 정장을 즐겨 입 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검은색 정장은 편안하게 자주 입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리고 넥타이는 예전 에 매는 법을 배웠는데, 잊어버렸다(웃음). 다시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면 가끔씩 맬 것이다.

-'돌부처', '신산' 등 별명이 아주 많은데 가장 마음 에 드는 별명은?
다른 별명도 다 좋지만 예전에 누군가 '강태공'이라는 별명을 지었는데 이 별명 이 마음에 든다. 나에게 너무 과분한 별명이지만 그렇게 되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다.

-바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둑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이 질문을 예전에도 두세번 받았었는데 한번 도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 아직도 바둑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시간이 흐르고 공부를 더 하게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TYGEM/최철용 a4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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