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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창호 "내가 언제 결혼할지 나도 궁금하다"

이창호 9단 연말 특별 인터뷰

2003-12-02 오후 7:42:47 입력

이창호 9단이 변하고 있다.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의 입지야 흔들림 없이 여전하지만, 그의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는 건 인터뷰를 할 때마다 조금씩 느껴진다. 이번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줍게 몇마디 내뱉던 과거와는 달리, 이창호 9단은 인터뷰 도중 농담도 섞어가며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려운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던 면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변화가 테니스 때문인지, 독서 때문인지, 아니면 이창호 9단의 나이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이창호 9단이 바둑 외 다른 면에서도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초 LG배에서 이세돌 9단에게 패하면서 슬럼프 조짐을 보였던 이창호 9단. 하지만 이9단은 국내기전에서 4관왕, 국제기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여전히 '최강'임을 직접 확인시켜줬다.


한해가 끝나는 12월. 타이젬 회원들에게 나눠 줄 고급바둑판에 친필휘호를 쓰기 위해 타이젬 본사를 찾은 이창호 9단을 만나 올해 평가와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타이젬 본사에 내방했는데, 요즘 건강은?

테니스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테니스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친다. (이)상훈이 형이랑 (목)진석이랑 자주 치며 요즘에는 (송)태곤이랑 (최)철한이, (원)성진이도 같이 치곤 한다.

-스승 조훈현 9단과 오는 5일 명인전 3국을 시작으로 이번달에 명인전 도전기가 끝나는데, 자신 있는가?
이기면 좋고 져도 큰 상관없다. 좋은 바둑을 두기 위해 노력하지, 굳이 승리에 집착하지 않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조훈현 9단은 이번 명인전 도전기에서 실패하면 무관으로 전략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점이 대국할 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가?
이런 저런 상황들을 마음에 두고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긴다. 선생님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두는 게 도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이다.

-요즘 신예기사들은 '신예'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다. 후배기사들 중 앞으로 이9단을 위협할 정도로 가능성이 있는 기사를 꼽자면?
잘 두는 신예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 (박)영훈이나 (송)태곤이, (최)철한이 등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후배들 중에도 잘 두는 기사가 많지만 아직 대국을 해 볼 기회가 없어서 잘 알지 못한다.

-중국바둑이 한국 턱밑까지 추월했다는 얘기들이 들리곤 하는데?
중국 신예기사들은 상당히 강하다. 한국신예와 비교했을 때 막상막하인 것 같다.

-그래도 한국 신예기사들은 중국을 아직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자신감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 중국기사들 역시 자신들이 한국 신예기사들에 비해 약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한국과 중국 신예기사들 간에 실력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창호 9단을 비롯해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 등 세계 최정상급 기사와 한·중 신예기사들과는 어느 정도 실력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가?
기량 차이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다. 다만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본 경험이나 연륜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굳이 경험도 실력으로 치자면 약간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둑판에 친필휘호를 남기고 있는 이창호 9단.

-인터넷 바둑은 두는가?
가끔씩 두긴 하는데, 자주 두는 편은 아니다. (이창호 9단은 가끔 타이젬에서 바둑을 둔다고 하며, 일설에 따르면 최근 9단으로 승단했다고 한다.)

-본인 홈페이지는 자주 방문하는가?
종종 들어가서 팬들의 글을 읽어보곤 한다. 하지만 직접 답글을 달기가 애매해서 답변은 동생인 (이)영호가 하고 있다.

-대국이 없을 때는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외에 즐기는 취미라면?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는다. 분야는 동화책부터 소설, 문화, 철학 등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지금은 '중국의 사상'(우노 데쓰도 지음, 대원사 간행)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은 한달에 몇권 정도 읽는가?

한달에 대략 5권 정도 보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똑같은 시간에 반도 못 읽는 것 같다. 일주일에 1권 정도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세계 바둑팬들이 모두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결혼은 언제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웃음) 글쎄… 언제쯤 결혼할지, 아직 결혼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아 나도 잘 모르겠다. 결혼에 대한 계획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 때 생각해보겠다.

-KBS 바둑대축제에서 화국(무승부)이 나오면서 중국 마오자쥔(毛佳君) 초단과 연애설이 떠돌곤 했는데?
KBS 바둑대축제 친선대국에서 비긴 것은 후반에 실수를 했기 때문이지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마오자쥔 초단이 끝내기를 잘 했기 때문에 비겼던 것이다. 마오자쥔 초단은 귀여운 후배라고 생각한다.

-결혼 상대로 중국 여자기사는 어떤가?
글쎄, 중국까지…. (이창호 9단은 예전에 중국 여자기사들에 대해 "말이 통하지 않아서 힘들지 않겠어요."라고 답한 바 있다.)

-벌써 한해가 끝나는 12월이다.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한 때 성적이 안 좋아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한해를 보낸 것 같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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