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혁 9단(왼쪽)이 루이9단과 벌인 맥심커피배 결승전 첫판서 반상에 돌을 놓고 있다. |
바둑판에 첫수를 놓는 순간, 유창혁은 아픔을 간직한 '남편'에서 냉철한 '승부사'로 변했다. 유창혁이 루이나이웨이(芮乃偉)와 벌인 성대결에서 특유의 유연한 국면운영으로 첫승을 낚았다.
3월 26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회 맥심커피배 입신연승최강전 결승3번기 1국에서 유창혁 9단이 루이나이웨이 9단을 꺾었다.(236수 끝, 백3집반승) 이로써 유창혁 9단은 결승3번기 첫판을 먼저 따내며 맥심커피배 통산 3회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승리로 유9단은 루이9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3승2패로 한발 앞서갔다.
이날 대국은 유창혁 9단 특유의 부드러운 국면 운영이 빛을 발했다. 유9단은 초반 우하귀에서 루이9단의 완착을 틈타 주도권을 잡은 후 단 한번의 위기없이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킨 끝에 완승을 거뒀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루이9단은 국면을 뒤집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구했으나 유9단의 빈틈없는 방어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수읽기를 하고 있는 유창혁 9단. |
|
이날 대국을 지켜본 양재호 9단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유창혁 9단의 유연함이 루이9단의 두 손을 꽁꽁 묶어 놓았다"고 간단하게 평했다. 양9단은 "유창혁 9단이 부인을 잃고 힘들어하는데, 대국에 집중하면서 아픔도 잊는 모습"이라며 "승부사인만큼 승부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창혁 9단에게 루이9단과의 이번 결승전은 일종의 설욕전. 유9단은 지난해 맥심커피배 준결승전에서 패해 맥심커피배 3연패가 좌절된 바 있다. 전기 대회에서는 우승후보 '0순위' 유9단이 탈락하면서 사상 최초로 장주주(江鑄久) 9단 대 루이9단의 부부결승전이 벌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전자랜드배에서 이창호 9단을 격파하는 등 파죽의 7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기세를 올리던 루이9단은 유창혁 9단에게 결승1국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다.
|
루이9단은 지난해 박지은 5단과 조혜연 5단에게 여자부문 세계대회와 국내대회 타이틀을 모두 빼앗겨 무관으로 내려앉는 등 극심한 부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4승2패로 컨디션을 회복하며 '여류대회'에서 빼앗긴 자존심을 '입신' 대결에서 회복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날 패배로 우승에 적신호가 켜진 것. 루이9단은 결승2국을 무조건 이겨 승부를 최종국까지 미루어야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부인을 잃은 아픔을 이겨내며 승부사로서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 유창혁 9단이 첫승을 거둔 기세로 결승2국에서 우승을 결정지을지, 전성기 시절 조훈현 9단과 국수전 도전기에서 벌인 성대결에서 승리해, 사상 최초로 여자 국수에 올랐던 루이9단이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대반격에 나설지, 결승2국은 하루 뒤인 27일 같은 장소에서 곧바로 열린다.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바둑TV가 주최하고 동서식품에서 후원한다. 프로기사 단위 중 최고인 9단들이 펼치는 ‘상징적인 최고기전’인 입신최강전의 우승상금은 1천5백만원(총규모 9천만원).
TYGEM/최철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