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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설 연휴를 맞아 한국바둑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5인의 유망주-박영훈 5단(1월 21일),
조한승 7단(1월 22일), 송태곤 6단(1월 23일), 원성진 5단(1월 24일), 최철한
6단(1월 25일)에게 새해 각오를 듣는다.
갑신년에는 반드시 일을 내고야 말겠다는 이들, 산천을 저렁저렁 울리는 힘찬 포효로 한해를
연다. "2004년아,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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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끼' 넘치는 기사가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의 패배를 경험하지 못한 겁없는
젊은 기사일 경우라면 그 회오리는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고 돌진하는 기세만으로도 무서운데,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에 날개까지 달았다면 어찌 이를 감당할까.
2003년부터 무섭게 달리기 시작하더니 해를 넘기도록 더욱더 기호지세로 질주하고 있는 기사가 있다. 최철한
6단. 올해 19세에 지나지 않는 청소년이지만 '독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독한 승부끼를 갖고 있다.
지난해 천원전 타이틀을 딴 것을 비롯 65승 12패로 거의 독주하다시피 다승1위, 승률 (84.42%)
1위를 차지했다. 오죽 기세가 등등했으면 그의 이름 앞에 '두기만 하면 이기는 기사'라는 수식어까지 생겼겠는가.
2004년 갑신년이야말로 최철한 6단 바둑인생에 실로 중대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대승부사로 올라서느냐,
주저앉느냐? 연초부터 이를 시험하는 대(對) 이창호 9단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최철한 6단은 현재 국수전
도전기에서 이창호 9단과 5번기를 다투고 있으며 기성전에서도 도전권을 바라보고 있어 이창호 9단과 도합
10번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창호가 누구인가. 신예기사들에게 꿈이자 장벽이자 마지막 관문인 세계바둑 일인자. 이창호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는 엄연한 현실에서 이창호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불구덩이 산으로 절대반지를 나르는
프로도처럼 최철한 6단은 시험대에 섰으며 많은 이들이 그 성공을 지켜보고 있다.
-설은 어떻게 쇠었는가?
이번은 집에서 쉬었다. 일가친척이 부산에 있어 내려가야 했지만 멀기도 하고 고생도 장난이 아닐
것 같아…. ^^
-작년에 거둔 성적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만족하는지?
일단 목표를 이뤄 만족한다. 그렇지만 실력에 비해 너무 성과를 낸 결과여서 오히려 올해에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에도 못지 않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승부사에게 기세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그 자신감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주체할 수 없이 삐죽삐죽 비집고 나오기 시작할 때 기호지세 같은
기세를 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언제부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는지?
항상 자신감은 있었는데…(웃음), 작년은 조훈현 국수님을 계속 이기면서 좀더 확신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작년은 별로 지지 않아서….(웃음) 운도 좋았다. 사람마다 기회는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낚아챌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 기회가 내게 온 거라 본다.
'낚아채야 한다'라고 말할 때 순간 '독사'가 떠올랐다.
-별명이 '독사'라고 들었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얼굴은 둥글둥글 넙데데한 형이라 '찐빵' 같아 보이는데
어찌 그리 표독한 별명이 붙었는지? 마음엔 드는가?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다른 게임을 하다가 좀 독한 면을 많이 보였던가 보다. 바둑을 두다가 그들이
"으으, 바둑도 독하네"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마음에 들고 말 것이 없다. 전혀
신경 안 쓴다.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다.
-이창호 9단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수전 도전1국에서도
분패해 통산 전적 4전 전패가 되었는데 이전의 대국과 도전기는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겠는가?
네 판 지기는 했는데 아직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패자는 할 말이 없겠지만 그 내용이 다 아까운 바둑이기도
하고…, 언제나 자신감은 충만하다.(웃음) 솔직히 그 이전까지는 부담없이 이창호 사범님과 대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작년에 워낙 좋은 성적을 올리는 바람에 이제는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명색이 이창호 9단이다. 다른 기사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 있을
텐데….
물론이다. 이창호 사범님 바둑은 잘 무너지지 않으니까….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위력적인 바둑이라 일단 끝내기까지
가야 하니까…. 시간도 다 쓰고…. 바둑이 좋아도 끝까지 마음을 못놓고 그러다 보면 실수를 저지르고….
이런 것이 이창호 사범님과 대국할 때 느끼는 중압감이다.

▲이창호 9단과 갑신년 벽두에 펼치는 도전기는 최철한 6단
바둑인생에
가장 큰 시험무대이자 관문이다. |
-이세돌 9단과 둘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세돌이 형과는 작년에 한 판도 안뒀다. 다행이다.(웃음) 세돌이 형이 "너 작년에
날 안 만나서 그렇게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줄 알아"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세돌이 형과는 평소에 워낙 친한 사이고 내 스타일을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는 데다 워낙
날카로워서 역시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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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풍을 자가진단한다면?
글쎄요…. 기풍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니까…. 내게 기풍이란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일지도.(웃음)
그냥 흐름따라 두는 스타일이랄까.
-좁혀서 물어보겠다. 수비와 공격의 기로에 섰을 때 어느쪽을 택하는
편인가?
수비쪽을 택한다. 타개도 좋아하고. 공격은 어렵다.
-최근 바둑을 보면 좋은 바둑을 후반에 뒤집히고는 했다.
지금까지는 후반이 약하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무너지고 있어 보완해야겠다. 초읽기 훈련을 더 해야겠다.
-맞수로 생각하는 기사가 있다면?
음, 송아지 삼총사를 비롯해 매우 많다. 내 나이를 기준으로 위든 아래든 호락호락한 상대는 결코 없다.
-껄끄러운 상대는?
상대라기보다는 기풍적인 면에서 말씀드리겠다. 세돌이 형처럼 번뜩거리는 기풍, 나보다 더 번뜩거리니까 껄끄럽다.
이창호 사범님처럼 두터운 기풍, 갑갑하니까. ^^
-올해 목표라면?
물론 이창호 사범님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다. 당장 도전기를 벌이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세계대회
4강에조차 단 한번도 들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선을 넘고 싶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기사로
자리하고 싶다.
-올해 바둑계 판도를 전망해 본다면?
국제대회는 한국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 같고, 국내는 글쎄…. 마음 같아서는 신예 유망주들이 금방이라도
치고올라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고…. 치고올라가면 금방인데 누가 얼마나 치고올라갈 수 있느냐
그게 관건이다. 다들 자신감만은 넘치지만…. 치고올라가기만 하면 중국처럼 새얼굴들이 우르르 등장해 평준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치고올라가는 사람이 누구냐인데, 그 누구냐에 꼽히는 으뜸 기사가
최철한 6단이라고 본다. 갑신년 벽두 바둑계를 달굴 최대의 이슈가 이창호 9단과 벌이는 대결이기도 하고.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팬들게 새해 인사 한마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이번에 국수전과 아직 결정은 되지 않았지만 기성전(?)을 잘 지켜봐주시고 도전정신으로
열심히 두겠습니다.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TYGEM/정용진 sodol@tyg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