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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뭉치면 79단!

확장 이전한 허장회 바둑도장

2004-06-01 오후 1:59:43 입력


▲허장회 9단
"가르치는 게 내 적성에는 맞다. 그러나 너무 빨리 시작했다."
13년째 프로기사를 배출해 온 허장회 9단은 이렇게 말문을 텄다. 얼마전 진시영·김기영 군을 동반 입단시킨 허장회 바둑도장. 5월 12일 확장 이전으로 강북지역 바둑도장의 메카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92년 방학동에서 문을 연 허장회 바둑도장은, 99년 우이동으로 한차례 이전한 바 있어 이번 이전이 말하자면 두 번째. 후학을 양성하는 게 적성에 맞고 가르치는 데 대한 보람도 있지만 대신 승부사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아쉬움을 너무
빨리 시작했다'는 말로 표현했다.

도봉구청 옆 신축건물 4층 120평을 방 4개로 쪼개어, 바둑판 120판과 의자 240석을 마련해 넓고 짜임새 있게 꾸며 놓은 도봉동의 새로운 허장회 바둑도장. 60여명의 도장 연구생에 비해 훨씬 큰 규모를 갖춘 이유는, 옆 사람과 잡담을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시키기 위해서다.
"앉아만 있다고 공부한다고 볼 수 없다. 1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집중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허장회 9단은 말한다.

개원한지 13년째인 허장회 바둑도장은 '반상의 YS' 김영삼 6단을 스타트로 진시영·김기용 초단에 이르기까지 총 23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한 상태.

한국기원에도 알리지 않은 채 가까운 친지들과 지인 몇 분만 초대한 기념파티가 열린 5월 29일, 기자가 먼저 허장회 9단을 만나보았다.

-확장 이전을 축하한다. 왜 널리 알리지 않았는지?
개원한 것도 아니고, 처음 이전한 것도 아닌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그랬다.

-처음 도장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영삼 6단 때문이다. 광명시에 살 때 중1인 영삼이를 내제자로 받아들였다가 그만….
이런 얘길 하면 영삼이가 싫어할 텐데….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쩌겠나.^^

충암학원 바둑부 사범으로 나가던 87년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중1의 영삼이와 윤현석을 내제자로 받아들이고 이듬해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양건까지 합류, 3명을 돌봐준 적이 있다.


▲허장회 9단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종 미소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만해도 나도 본선 멤버였고, 83년엔 왕위전 도전권을 따내 준우승까지 하는 등 한때 '잘 나
갔던' 시절이었다. ㅎㅎ. 후학을 키우는 것도 뿌듯한 일이지만, 이처럼 성적을 내던 때인지라 셋을 홍종현 9단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현석이와 양건이는 받아주었지만, 영삼이는 퇴짜를 맞았다. 실력이 좀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감했다. 하지만 내가 키운 아이인데, 물건으로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오기도 생겨났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는 잘 하는 애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실력이 다소 떨어진 아이들을 키워 입단시키는 게 더 즐겁다. 때론 희열이 느껴지기조차 하니….
그러던 어느 날 친형(허성회, 아마5단)이 '바둑교실을 열자'는 제의에 응했고, 그때 문을 연 바둑교실이 오늘의 바둑도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선생님과 가진 기념촬영. 프로를 꿈꾸는 원생들과 얼마전 입단한 진시영 초단(허장회 9단의 옆에 키가 비슷한 안경낀 사람)과 김기용 초단(맨 오른쪽)이 함께 했다.

-그렇다면 김영삼 6단을 입단시키려고 바둑교실을 만든 셈인가.
시작은 그런 셈이다. 82년경부터 91년 언저리까지 충암학원 바둑부 사범을 하면서 나는 가르치는 게 즐겁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후학을 키워야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다만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다. 영삼이를 계속 맡지 않았더라면 도장은 좀 뒤에 오픈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배출시킨 프로기사들은 몇 명이고, 그 중 유망주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영삼이, 명완이, 무상이 등 총 23명을 입단시켰고, 그 중 요즘 잘 나가는 태곤이가 일단 돋보이는 유망주가 아닐는지. 그리고 갓 입단한 진시영이도 지켜볼 만하다. 바둑을 늦게 시작한 아이치곤 빨리 입단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상권을 넘나드는 프로기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도장을 열고 후회한 적은 없는가.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도장이 넓어진 만큼 가게세도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아이들을 맡아야 할 사범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대현 9단을 비롯해 강만우 8단, 김영환 7단, 윤현석 7단, 노준환 6단, 김영삼 6단이 그들이다.


▲새로 옮긴 깨끗하고 넓은 도장에서 연구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옆사람과 잡담을 하지 못하도록 한칸 건너 앉아서 공부하게 하고 있다.

-교육인으로서, 보람과 책임감이라면?
보람은 뻔한 것 아니겠는가. 내가 키운 아이들이 척척 입단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 예전에는 100% 성공시켰는데, 입단의 문은 좁고 경쟁자는 늘어나다 보니 요새는 간혹 낙오자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가 제일 괴롭다. 때문에 앞으로 더욱 연구생 관리에 힘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교육 가운데 제일 힘든 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힘드실 텐데.
큰 문제는 없고, 다만 내가 체력이 달려 좀 일찍 들어가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운동으로 체력이 많이 회복된 상태다. 그 동안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시켰던 것을, 이곳으로 이전 와서부터 1시간 늘려 11시까지 함께 남아도 거뜬할 정도다.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 관리도 만만치 않을텐데….
먹이고 재우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 그건 아내한테 물어보는 게 나을 듯 싶다.


▲8년전 쯤에 찍은 기념촬영 사진. 다정한 허장회 부부를 중심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포즈가 활력있어 보인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붉은 색이 섞인 웃옷을 입은 꼬마가 바로 송태곤 7단이다.

부인 박화신 씨의 얘기는 이랬다.

초창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뿌듯하다. 영삼이처럼 장성한 프로기사도 있고, 또 지금도 많은 아이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나이에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 속에서 산다는 자체가 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는 해도 내 속으로 낳지 않은 아이들을 손수 키워야 하는 일은 여간한 헌신과 희생정신을 갖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시인 서정주가 자기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온갖 명예와 헌사는 허장회 9단이 듣고 있지만 실은 이 아이들을 키운 건 부인 박화신 씨의 보이지 않은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허장회 9단은 안팎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하회탈'이라는 별명처럼 항상 밝은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허장회 9단. 부인 박화신 씨도 언제나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얼굴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그러니 이 부부의 슬하에서 자랐고 또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어찌 모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허장회도장에 기대는 까닭이다.

TYGEM/최진용




▲
허장회 바둑도장 출신 프로기사 명단
입단순
이 름
1
김영삼 6단
2
김명완 6단
3
서무상 5단
4
한종진 5단
5
이정우 4단
6
강지성 6단
7
현미진 2단
8
안영길 5단
9
홍장식 4단
10
염정훈 4단
11
이용찬 4단
12
최문용 4단
13
송태곤 7단
14
박정상 4단
15
주형욱 3단
16
박지훈 3단
17
김세실 초단
18
김동희 초단
19
진동규 초단
20
백지희 초단
21
김환수 초단
22
김기용 초단
23
진시영 초단
단합계
79단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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