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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둑을 못 두신다면…"

청아모, 청각장애인 김용재 씨 돕기 지도대국 나서

2004-11-03 오후 5:39:16 입력

"김용재 선배에게 빛과 소리를 주세요! "

연구생 출신 아마기사들의 모임인 청아모(청년아마바둑모임)가 시각마저 잃어가고 있는 청각장애인 김용재(34세) 씨를 돕기 위해 지도대국에 나섰다.

청아모 회원 30여 명은 11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2달간 타이젬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김용재 돕기 지도대국을 펼친다. 김용재 씨는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아마강자로 청각장애와 시각장애까지 겹쳐 앓고 있는 바둑인이다.

연구생 출신 선배인 김용재 씨를 돕기 위해 청아모가 마련한 지도대국은 한판에 2만원의 지도료를 받으며, 이렇게 2달간 모금한 전액은 김용재 씨의 정밀진단비용에 쓰인다.

청아모 회장인 황인성 아마6단은 "바둑관계자분을 통해 김용재 선배의 소식을 알게 됐다. 아마추어대회에서도 자주 본 적이 있고 상당한 바둑 실력을 갖추고 있는 선배다.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워 청아모 회원들과 회의를 거쳐 이번 행사를 가지게 됐다. 미력하나마 김용재 선배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용재 씨에게 바둑은 '존재 이유'나 다름없다. 어려서부터 청각장애를 겪어온 김용재 씨에게 바둑은 친구이자 삶의 활력소였으며 희망이었다. 김용재 씨의 바둑 인생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바둑은 나의 삶

12살의 청각장애인 아이에게 바둑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청각장애가 있어 일반 학생들보다 배우는 속도도 느렸고 바둑강의를 소화하기도 힘들었던 것. 하지만 아버지 김덕봉 씨는 하나뿐인 외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동엽 8단, 김좌기 7단, 심종식 6단 등 많은 프로기사들에게 지도를 받게 했고, 이러한 헌신적인 뒷바라지는 아들을 4년 만에 연구생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김덕봉(64세) 씨는 "듣지 못해도 취미 생활로 바둑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배워보라고 권유했답니다. 하지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니 프로기사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병이 있어서…." 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청각장애가 있지만 바둑을 두면서 늘 즐거웠던 김용재 씨에게 또 다른 역경이 찾아왔다. 청각장애에 이어 시각장애까지 찾아온 것. '망막증후군'이란 병으로 점점 앞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간간이 '푸른돌 기우회' 모임에 나가 바둑을 관전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었지만 이제 이것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혼자서 외출하는 것조차 힘들어져 집에서 인터넷바둑을 두고 최신 기보를 놓아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김용재씨
인터뷰 도중 김용재 씨는 "안달훈 6단과 이희성 5단을 입단대회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마지막에 이희성 5단과 대국을 했는데 반 집 차이로 패해 입단을 못 한 것이 생각나요."라고 말하며 바둑을 공부했던 시절을 잠시 회상하기도 했다.

12살 때 처음 접한 바둑은 지금 김용재 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듣지 못 하고 말하지 못하는 그에게 바둑은 그야말로 수담(手談)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바둑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있던 그

▲인터넷 바둑을 두고 있는 김용재 씨. 김용재 씨는 최근 각막증후군으로 인해 유일한 낙이었던 이 마저 어렵게 되었다.

아마추어대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김용재 씨. 청아모 회원들은 김용재씨 를 '항상 열심히 바둑대회에 참여하며 공부하던 선배'로 기억한다.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도 대회에 참가해 바둑을 즐기던 김용재 씨는 이제 시각장애가 심해지면서 이마저 힘들게 되었다. 늦은 시간 대회가 끝나 밖이 어두워지면 집에 찾아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용재는 바둑대회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아는 상대방이 이런 약점을 이용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라며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치료비는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다. 완치가 될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김용재 씨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두 가지의 아픔을 바둑으로 이겨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 이 시간 그와 함께 바둑을 즐기는 우리 모두가 그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아모의 소문난 아마강자들에게 지도대국도 받고 김용재 씨의 정밀진단 비용 모금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어떨까. 우리의 작은 성원이 김용재 씨에게는 태산 같은 힘이 될 것이다.
(특별한 도움을 주실 분은 contents@tygem.com 으로 문의 바랍니다. )


◀지도대국에 참여하시려면 여길 클릭!


Interview

"조훈현 9단이 없었다면…"
▼ 인터뷰/ 김용재 씨(34세)

신촌에 있는 김용재 씨 집을 찾아 인터뷰했다.
(청각장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종이와 펜으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시나요?
인터넷으로 최신 기보를 가끔 보면서 하고 있어요.

- 인터넷으로 바둑을 즐겨 두신다고 들었는데요.
타이젬에서 바둑을 주로 둡니다. 하지만 다른 바둑사이트에 비해 강자들이 많아서 이기기가 쉽지 않아요.

- 타이젬을 자주 이용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초읽기에 몰렸을 때 초읽기 소리가 들리지 않아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타이젬은 초읽기 때 숫자도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편합니다.

- 타이젬에서 기력은.
아이디가 2개 있어요. 9단과 8단 아이디가 있습니다.

- 좋아하는 프로기사가 있나요.
조훈현 9단을 좋아합니다. 발빠른 바둑으로 화려하잖아요. 만약 조훈현 9단이 없었으면 오늘날과 같은 세계대회 제패는 이루지 못 했을 것입니다.

- 자신의 기풍은.
두터운 실리형입니다. 속기에는 약해요.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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