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그 어떤 관문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은 없다. 하물며 고시보다 어렵다고 하는 입단관문임에랴. 연구생 L군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았다.
| 연구생 L군의 하루 일과
| ▷ 오전 10:00∼12:30 바둑도장에서 바둑연구 및 대국 ▷ 12:30∼13:30 점심식사 ▷ 오후 1:30∼5:20 바둑연구 및 대국 ▷ 5:20∼6:00 간식 및 저녁식사 ▷ 6:30∼9:00 바둑연구 및 대국 ▷ 9:00 이후 귀가 (귀가하고 나서도 개인 공부)
* 주말은 대부분 연구생 리그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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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 L군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바둑공부에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었다.
앞서 올린 [기사 1편]에서 프로기사의 바둑 입문 연령(시기)은 7.7세이고 연구생 수업기간은 5.4년, 입단할 시점의 나이는 평균 16세로 나온 것을 감안할 때(2005년 현재 입단 5년 이하의 프로기사 20명을 대상으로 각자 바둑입문 나이와 연구생 생활 기간, 입단 평균 나이를 통계낸 수치) 연구생들은 평균적으로 8살 무렵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여 6년에 가까운 연구생 수업을 L군과 비슷한 식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 실력이 뛰어나 6년 만에 입단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입단자 수는 바늘구멍처럼 좁은 탓에 대부분의 연구생들은 이보다 더 긴 입시지옥을 겪어야 하리라.
당사자인 연구생을 비롯해 입단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바둑도장 사범, 그리고 이러한 입단지옥을 거쳐 프로기사가 된 10대 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사진출처=월간 바둑가이드 |
연구생들 입장
사정상 모든 연구생들을 만나볼 수 없기 때문에 몇몇 연구생들을 만나 의견을 나눠보았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의 말이 현 연구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한다.
-입단자 수 확대에 대한 찬반 토론이 한동안 뜨거웠다. 이를 알고 있는가?
입단자 수를 더 뽑아야 한다는 의견은 연구생들 거의 전부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둑의 길은 실패했을 때 그후의 길이 없다. 명지대 바둑학과를 나왔다고 해도 바둑밖에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방송 쪽으로 눈을 돌린다 해도 수요에서, 그리고 능력에서 그 수가 몇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입단자 수를 늘릴 수 있을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이 드신 프로기사들은 한국기원에서 일정한 월급을 주는 대신 기전에 참가하지 않는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 자리에 연구생들이 참가해 대국료를 받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프로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 생각한다.
삼성화재배와 같은 기전은 유일한 오픈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아마기사들이 기다리는 대회이다. 그 대회에서도 여러 아마기사들이 매년 1, 2승 이상은 거두지 않는가, 반면 원로한 기사들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알기론 사법고시 공부에 매달리던 사람들도 결국 실패하면 고시원 근처에서 서점 운영하는 정도로밖에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그 후유증이 크다. 비단 입단대회만이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다면 할말은 없다. 적어도 바둑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의 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계는 변화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 변화를 말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지역연구생에 대한 것도 의구심이 크다. 한국기원 연구생들은 아마대회에 참가할 수 없지만 그들은 참가가 가능하다. 이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형평성에 분명 어긋난다.
-그렇다면 입단자 수를 몇 명으로 늘렸으면 바람직할 것 같은가.
3명 이상 더 늘렸으면 한다. 그리고 연구생이 아닌 아마추어 기사들 중에서도 아마대회 랭킹제를 만들어 랭킹 1위면 입단시키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 일본으로 건너간 윤춘호 아마7단
윤춘호 아마7단은 한국의 아마추어 강자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진 연구생 출신 기사이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입단대회에서 탈락하며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전화통화로 윤춘호 아마7단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윤춘호 아마 7단 | -일본으로 건너간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에서 입단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 입단시험을 생각하고 일본에 왔다. 하지만 외국인이고, 더구나 한국인이라는 이유가 좀 있어서 입단시험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 입단시험을 볼 수 없다면 왜 계속 일본에 머물고 있는가? 한국에선 도장들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일본은 도장의 개념이 없어서 우리같은
| 아마기사들이 활동하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한국바둑이 강하기 때문에 배우려는 원생들도 꽤 있다.
-일본의 입단 현황은 어떠한가? 일본 프로기사 수는 대략 4백명 정도이다. 하지만 매년 입단자 수는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기원에서 일년에 5, 6명 정도, 그리고 관서기원과 일본중부총본부에서 각각 한명씩 선발한다. -만약 입단자 수를 늘린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한국은 아마추어 랭킹제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랭킹 순위에 따라 입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프로기전에 아마기사도 출전할 수 있게만 해줘도 한결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기전을 오픈제로 바꿔서 예선전을 거친 아마기사들 몇몇이 프로기전에 참가만 할 수 있어도 나같은 기사들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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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도장 원장 의견
| 허장회 9단
 ▲ 허장회 9단 | 9명의 입단자 선발 제도가 이미 10년 가까이 됐고 연구생들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한두 명 증가가 아닌 더욱 많은 수의 입단자를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입단자 수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얼마 되지도 않은 단수당이나 대국료 등으로 인해 기득권층에서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프로기사들 스스로가 바둑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만약 입단자 수를 두배로 늘린다면 지망생은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수요가 많아지면 그만큼 많은 프로기사들이 지도할 수 있는 자리와 지도료 등이 많아지게 된다.
| 최근 바둑교실이 50% 이상 없어졌다. 이는 그만큼 프로기사 지망생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바둑계가 발전하려면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기전도 골프식으로 컷오프를 정해 실력이 있으면 대국료를 많이 받고 실력이 안되면 바둑교실 등에서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프로기사 희소가치를 따질 때는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다는 것이다. 변해야 한다. 그래야 바둑계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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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갑용 7단
 ▲ 권갑용 7단 | 당연히 늘려야 하고 한국기원에도 그에 관한 문제를 얘기한 적 있다. 예전과 입단자 수는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실력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생 1, 2조들이 정체가 많이 되었다. 그들은 이미 프로수준이 되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좁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자들이 많이 생긴다. 실력을 갖췄으면 프로가 되어야 하는데….
내 생각엔 일년에 두명 정도 더 늘리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된다면 바둑지망생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욕심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원생들은 입단자수가 늘어나 그만큼 희망이 더 생긴 것이고 프로기사들도 지금보다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지금 한국 바둑계를 보면 보수세력이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바둑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을 예로 들자면 일본은 유소년 교육에 실패해서 프로기사 중에 젊은 사람이 없고 연구생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이 방심한 사이 한국과 중국이 비약적 발전을 해온 것인데 만약 한국도 지금과 같은 방식이 유지된다면 일본과 같은 현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도장 원생들의 학부모님들과 얘기를 할 때 그들은 일년에 한 20명 정도 뽑아주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분명 현재의 입단자 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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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프로기사들의 의견
사정상 각 연령대별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프로기사를 한명씩 선정해 인터뷰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해준 프로기사들이 실명을 밝히길 꺼려해 익명으로 처리했다.
10대 프로기사
지금보다 세명 정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력이 프로급인데도 입단을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무작정 늘리기는 힘들겠고 그 전에 기전 개혁 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20대 프로기사
우선 기전 개혁이 급선무이다. 상금제나 오픈제 등을 도입해서 실력이 있으면 상금을 많이 타가고 반대면 실력이 모자라 가져가는 상금이 적어진다면 입단자 수를 늘리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눈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만약 기전이 상금제가 된다면 성적이 안 좋은 중견 기사들의 생계 또한 문제니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만약 입단자 수를 늘린다면 열 대여섯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30대 프로기사
일단 입단자 수를 늘리는 것은 찬성이다. 아마도 젊은 기사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많은 수를 뽑는다면 프로기사의 권위 등의 여러 부분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차츰 차츰 수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40대 프로기사
한국기원의 규모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입단자 수를 늘리면 기존의 기성세대들을 백수 건달들로 만드는 것뿐이다. 현재로선 기전을 성장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체육으로 가는 부분으로 힘을 많이 쓰고 기반을 닦아야 한다.
삼성화재배 같은 오픈제 대회는 기사들 많이 뽑자는 취지로 만든 것인데 이는 탁상공론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체육은 선수, 코치, 감독 등이 되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바둑은 그게 안되어 있다. 젊을 땐 돈을 좀 벌겠지만 나이 먹으면 백수 건달이 되는 시스템이다.
오히려 입단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들의 미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개혁은 탈이 난다. 우선 바둑의 체육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지도자급 중견기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넓힌 후 차근차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기전의 상금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한사람이 독식하는 우승상금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승하면 일정액을 기원이나 기사들의 복지로 돌려야한다. 최근에 나오는 상금제 등의 방식들은 여건이 괜찮은 기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기사들도 대국료 받으면 놀러 다닐 용돈은 되지만 결혼하고 생활을 해야 할 땐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 한국기원 임선근 총장 인터뷰
| -최근 입단자 수에 대한 찬반 논쟁이 바둑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기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해달라.
최근 외부에서 남자 두명, 여자 한명 정도로 총 세명의 입단자 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입단대회를 살펴보면 매년 1, 2명씩 증가해 현재 9명이 입단을 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를 살펴봐도 해마다 입단하는 기사들의 수가 많지 않다. 일본은 관서기원까지 포함해 1년에 6명 정도 입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프로기사는 약 4백명인데 한국보다도 더 적은 인원을 입단시키고 있다. 중국도 1년에 20명 정도 입단하지만 실질적으로 프로기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사는 몇 되지 않는다.
| |  ▲ 임선근 9단 | 작금의 바둑계의 현실을 볼 때 단순히 입단자 수를 늘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단수당이 걸림돌이다. 프로기사가 되면 단수당을 받게 되는데 이는 생활급은 되지 않지만 연구비 형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만약 입단자 수를 늘리면 단수당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프로기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음은 대국료이다. 만약 기전이 상금제로 전환되어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국료를 받을 수 없는 시스템에서라면 모를까 그 전엔 입단자 수 증가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스폰서가 매년 증가되면 문제가 안 되지만 기전 내부 개혁이 선행되지 않고 입단자 수를 늘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40세 이하 프로기사는 단수당을 받지 않고 대신 이 금액을 모아 기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논의 끝에 확정된 것으로 올해부터 시작할 것이다. 남녀기사 따로 기전을 만들어 남자대회는 4개, 여자대회는 3개 정도를 만들어 대회를 벌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바로 내부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기원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체와 같은 수익창출 방식을 채택하는데 한계가 있다. 30명의 한국기원 직원들이 한정된 예산으로 200여 명의 프로기사를 관리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바둑도 골프와 같은 시스템으로 가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랭킹제를 도입해 기전에 참가하고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상금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쟁체제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기전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우려도 높은데.
국내기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기전과 이벤트 기전은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맞지 않다. 단지 국내 대회만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론 실력이 없으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상금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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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의 컷오프란?
| 보통 국내외에서 골프 경기를 하면 주로 여자들은 3라운드, 남자는 4라운드를 한다. 1, 2 라운드에는 약 1백명에서 150명 정도가 출전한다. 그리고 결선이라 하는 3,4 라운드에는 진행시간, 티오프 타임시간, 상금순위 때문에 성적순으로 소수의 선수들만 출전하게 된다. 1, 2라운드에서 성적순으로 선수를 걸러내는 것을 컷오프라고 하는 것이다.
1, 2라운드 통과자들은 1, 2, 3, 4 라운드 합쳐서 성적을 내고 그에 따라 등수가 주어지며 결선에 참가한 선수들만 상금을 받게 된다.
1, 2라운드 컷오프는 점수에 관계없이 인원수로 하는데 이 인원은 경기의 특성에 따라 주관하는 곳에서 정한다. 보통 60명 내외가 되며 동점자들도 같이 결선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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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입단자 수만이 아니라 바둑계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며 기자가 느낀 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입단자 수에 대한 논쟁은 작은 문제일 뿐이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 바둑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바둑은 한중일 삼국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 중 일본은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도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국내기전 성적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은 형편없다. 게다가 일본에서 바둑은 예도적인 성격을 지닌 문화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몇몇 신문을 제외하고는 자국 프로기사가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해도 스포츠처럼 크게 소식을 전하는 곳이 없다.
이에 반해 중국은 바둑이 스포츠 종목이기 때문에 온·오프라인를 막론하고 여러 매체가 대서특필하고 있고, 스포츠리그를 방불케 하는 갑조·을조 중국리그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몇몇 전문도장이 있어 일본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바둑의 스포츠화에는 여전히 여러 애로사항을 겪고 있어 중국과 같이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바둑인구의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처럼 할아버지들만의 놀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기에 입단자 수에 대한 논란은, 이것은 그저 논란으로만 그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입단자 수 확대문제는 기전예산, 예선방식, 단수당, 대국료 등등과 연계되는 사안이어서 재정이 넉넉지 못한 한국기원으로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곧 한국바둑이 안고 있는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바둑은 승패를 다투는 승부다. 승부에 박진감이 없고 그게 그거인 승부가 많아진다면 팬들의 환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경쟁 없는 승부는 그 재미를 크게 반감시킨다.
바둑이 권투나 씨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야 말로 그 어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화든 뭐든. 그 밑그림을 한시바삐 그려내지 못하는 한 입단제도 역시 요원한 일이 아닐까. 노다지를 캘 수도 없는 광산, 그것도 언제까지나 문호가 좁디좁기만 한 분야에 어느 부모가 자녀 등을 계속 떠밀까. 자녀가 울며불며 하겠다고 떼를 써도 도시락 싸들고 말릴 것이고, 이는 바둑인재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고 이어 시장의 축소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기원은 지금 바둑을 스포츠 종목에 편입시키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준가맹 신청을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바둑계 관계자들은 한국바둑의 앞날을 걱정하며 나름대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현 제도 가지고서는 몇 걸음 못 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그 행보는 생각보다 더디다. 어쩔 것인가. 온몸이 깊은 물속에 허우적거릴 때라야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발버둥치려는 것인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뜨거운 감자' 연구생 입단자 수(1)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