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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금강산 국수전 이모저모/인터뷰

도착 첫날 스케치

2005-02-17 오후 6:50:11 입력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사진을 찍은 이창호 9단(왼쪽)과 최철한 9단.

마침내 북녘땅에서 두어지는 도전기!

비록 평양이 아닌 관광특구인 금강산에서 두어지는 바둑이었지만 한국바둑사상 첫 이정표를 찍는 역사적인 현장이어서 다들 흥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선수단 및 기자단, 그리고 관전과 관광을 겸한 행사 참가자는 모두 160명이었다.

2월 18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오전 9시경 출발한 이번 국수전 도전3국 일행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숙소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여장을 푸는 둥 마는 둥 곧장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주최사인 동아일보사가 마련한 것으로 이번 행사 참가자 전원이 함께 했다.

남측에서 북측으로 넘어올 때(체제가 다른 양측은 서로 자극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호칭을 남한 북한이라 쓰지 않고 이렇게 남측 북측으로 표현하기로 합의해 사용하고 있다) 모든 절차가 다른 외국에 나갈 때와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먼저 남측에서 출국심사를 거친 다음 민통선을 넘어 북측으로 4킬로미터쯤 달려 북측 세관을 통과했다. 남측에서는 대체로 수월한 편이었지만 북측에서는 상당히 까다롭고 오래 걸렸다. 하지만 세관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었다.

민통선을 통과할 때 북측 군인들이 버스를 세우고 검문을 했다. 이때 최철한 9단은 반대쪽 버스에서 물건을 검색하는 북측 군인들을 아주 밝은 웃음을 지으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기자를 포함해 처음 보는 북측 사람들이었기에 모두들 신기해했지만 특히 최9단은 더 그랬던 것 같다. 군인들은 각 버스에 두명씩 올라왔지만 말은 걸지 않았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남측 소위나 중위에 해당하는 군인이라고 한다.


최철한, "국수 말고 우동 주세요?"

한국기원을 떠나 양평 근처 첫 휴게소인 다대타운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최철한 국수와 스넥코너에서 만났다. 우동 한그릇을 시키고 기자가 지갑을 꺼내들자 1만원짜리 지폐를 이미 꺼내들고 있던 최철한 9단은 "제가 살게요."라고 선심을 썼다. 이때 김성기 서울대 교수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농담이 오고갔다.

최철한 국수: 우동 두 그릇 주세요.
김성기 교수: 아냐, 이거 다 내가 살게. 대신 내일 이창호 9단에게 바둑 져줘야 해.
최철한 국수: (피식 웃으며) 그러니까 제가 살래요. 하하.

하지만 최철한 9단은 말은 그렇게 하고 돈을 슬며시 집어넣었다. 김성기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가?

김성기 교수: (주변 사람들에게) 어이, 내일 최국수가 바둑 져준대. 4국까지 가준다네.
기자: (속으로) 정말 그럴까. 아무튼 덕분에 최철한 국수한테 우동을 얻어먹을 좋은 기회를 놓쳤네...궁시렁 궁시렁. ^^

금강산에서 저녁 식사 뒤 최철한 9단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철한 9단의 얼굴은 상당히 밝아보였다.


인터뷰/ 최철한

이창호 사범님과는 즐거운 마음으로 둔다…부담은 세돌이 형이 더 커
 


▲최철한 9단.

-북측에서 처음 바둑행사를 갖는다. 소감은?
감회가 새롭다. 처음 왔으니까 당연히 좋다. 첫 느낌이 괜찮다.

-올 때 경치가 참 좋았다. 어땠는가?
눈이 왔는데도 보라빛으로 보였다. 안개가 끼어 있어 그런 현상이 나온 거 같다.

-국수전에서 2:0으로 앞서 있다. 예상을 한 결과인가?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첫판을 이기고 나서 어쩌면 2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3:0까지 바라보는가?
지금이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길 수만 있다면) 5국까지 가서 거기서 이기고 싶다.

-이 행사가 북측 바둑발전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하는가?

북측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그냥 관광하러 온 기분이다. (좀 생각을 하더니)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이창호 9단이 도전기에서 2연패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창호 9단이 약해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최철한 9단이 강해진 것인가?
이창호 9단이 슬럼프는 아니다. 약간 침체기가 온 정도라고 본다. 다만 이창호 9단의 실수가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는 하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 가운데 누가 더 부담가는 상대인가?
(이 질문을 예상했던 듯 즉각) 세돌이 형이다. 이창호 9단과는 부담보다는 재미있게 두고 있다. 그런데 세돌이 형과는 요즘에 둘 기회가 거의 없어서인지 더 부담을 갖고 있다. 전에 천원전 때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창호 9단한테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잘 이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타일 때문이라고 본다. 내 기풍이 이창호 9단에 맞서는 데 적절하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에 대해 더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어릴 적 많이 져서 더 그런 것은 아닌지?
그건 정말 어릴 적 얘기인데, 물론 부인할 수는 없다. 약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누구인가?
역시 세돌이 형이다.

-통산전적에서 이세돌 9단에게 3승 5패로 조금 밀리고 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 알고 있는가?
그렇게 많이 뒀나? (약간 의외라는 표정) 요즘에 둔 적이 없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이곳 저녁은 어땠는가?
호화스럽지는 않았지만 다 먹을만했다. 맛깔스럽다고나 할까.

-3국 구상을 해 둔 것이라도?
구상해 놨다. 평범하게 갈 생각이다. 나름대로 생각한 것은 밀고나가는 스타일이다.

-최철한 9단은 흑번일 때 승률이 더 좋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백을 들면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라질 것이다. (백번으로도 이젠 자신 있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웃음을 머금었다.)

-오는 3월부터 기원에서 랭킹제를 도입, 발표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 경우 최철한 9단은 몇 위 정도될 것이라 예상하는가?
처음 듣는 얘기인데다가, 어떤 기준인지도 몰라 뭐라 말할 수 없다. 다만 느낌으로는 잘 하면 2등이라고 생각한다. 2위나 3위 정도가 아니겠는가.


금강산에서는 남쪽으로 전화를 한다거나 인터넷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팩시밀리로 기사를 송고할 수 있도록 사전허락을 받았다. 물론 사진 전송은 언감생심이다. 해서 이 기사는 금강산에서 작성하여 팩시밀리로 타이젬 본사로 보내 올리는 제1신이자 바둑계 최초로 북녁땅에서 작성한 기사다. (19일 도전3국이 벌어지는 당일에도 팩시밀리로 기사를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만에 하나 일이 수월치 않을 경우는 천상 서울로 돌아가 이런저런 기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강산=최진용>

 



TYGEM /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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