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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쓴 소설이 아닌 귀신이 쓴 소설! 동천홍!

타이젬 연재 '코사노스트라' 단행본으로 나와

2005-07-25 오전 10:40:55 입력



타이젬 홈페이지를 통해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일일연재소설 [코사노스트라]가 [동천홍] 상하 두권의 소설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동천홍(東天紅)은,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는 뜻으로 '혁명'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위나라 때 반정을 도모한 무리들이 군호로 사용했으며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을 때도 사용했던 암구호로 유명하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동천홍] 상하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6개월간 [코사노스트라]란 제명으로 일일 연재되는 동안 매회 엄청난 조횟수와 네티즌들의 꼬릿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원작을 바탕으로 작가가 원고를 수정하고 후반부를 대폭 추가해 [동천홍]으로 제목을 바꿔 선보인 것이다.

불가(佛家)의 연기론(緣起論)에 이르면 세상사 우연도 다 필연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소설 [동천홍]으로 말하면 우연이 잉태한 결실이었다. 작가 이청 씨는 타이젬을 알기 전까지 컴맹이었으며 우연히 타이젬에서 바둑을 두게 되면서 인터넷과 가까워졌다. 그러다 또 우연한 기회에 홈페이지에 있는 '타이젬논단' 코너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 가끔 글을 올리면서 인터넷 논객들과도 사귀고 인터넷 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미 30여 권에 이르는 소설을 낸 바 있는 전업작가인 그는 나이 마흔 중반에 삶에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 타이젬에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어 '타이젬논단'에 소설 [코사노스트라]를 올리기 시작했다.
타이젬은 다양한 칼럼 외에도 바둑사이트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고, 논단을 통해 바둑계의 이슈에 대해 네티즌들이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트였다. 작가 역시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이곳 논단의 논객(아이디 gmrvyqja)으로 활동하다가 작품 연재를 시작했고 이것이 회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출판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회원들의 폭발적인 성원과 작품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생각하기 힘든 결실이었다. 이에 힘입어 작가는 현재 '코사노스트라'에 이어 본격 바둑소설인 '國手'를 연재하고 있다.


작가 약력
이청(李靑)

- 충남 청양 출생. (본명 이기호로 그간 작품활동)
- 1986년 스포츠서울 창간 소설공모 '통신살인' 당선.
- 장편 '삼대 패밀리' '명동시대' '물처럼 바람처럼' '협객'
'선' '안개선원' '백색지대' 등 30여권 출간.
- 스포츠서울 중도일보 대한일보 동남일보 등에 소설 연재.
- 인터넷사이트 타이젬(tygem.com)에 國手 연재 중
- 중국역사대관(전 30권)을 필생의 업으로 삼고 10년째 한역(韓譯)하고 있음. (국내에는 아직 한역본이 없다)



한 줄의 사초에서 시작된 2천매 장편소설

반정에 공이 있던 미륵 당래 형제를 잡아 죽였다.
-이자(1480∼1533), 음애일기(陰崖日記)

[동천홍] 상하 두 권은 이자가 쓴 음애일기 가운데 이 한 줄의 기록에서 잉태되었다.
음애일기는 사서(史書)가 아니다. 개인이 기록해 놓은 사초(史草)다. 이자(李子)는 연산과 중종 시대에 살았던 사관으로 기묘사화 때 조광조와 함께 화를 입었다. 사초는 정사(正史)에 기록하기 위해 쓴 초고(草稿)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자가 쓴 음애일기는 정치적인 이유로 정사에 기록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일기 형식으로 적어놓은 개인 기록이다.

이 기록에 '중종반정' 공신이었던 미륵, 당래 형제의 이름이 나온다. 미륵은 당시 장안을 휘어잡던 검계(劍契)의 우두머리였다. 검계라 하면 지금의 '조직폭력단'을 말한다. 이 땅의 조직폭력단은 바로 조선시대의 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산의 폭정을 무너뜨리고 반기를 들었던 중종반정의 세력들이 조직폭력단과도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말함인데, 중종반정이 검계의 조직을 선봉대로 삼았고 쿠데타가 성공한 뒤에는 이들을 토사구팽했다는 사실은, 조선실록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이자의 음애일기에서 딱 한 줄 보일 뿐이다.

작가 이청(李靑)은 이 한 줄의 사초를 발견하고 전율했고, 이 한 줄의 사실(史實)을 가지고 2천 장 분량의 소설을 엮어냈다. 소설 [동천홍]은 소설이기에 앞서 지금 우리 앞에 남아있는 승자들의 역사-승자들이 작의적으로 기록해 놓은 역사서에서 감춰진 역사의 한 장면을 온전히 되살려놓은 또 한 권의 사서라 할 수 있다.

"지난 한겨울을 나는 어느 대학의 서고에 앉아 있었다. 조선시대 문인 이자의 '음애일기'를 보다가 중종반정이 끝나고 정란 2등 공신에 오른 강도단의 미륵 당래를 잡아 죽였다는 한 줄의 기록을 보았다. 나는 그 기록을 보다가 한 사내의 혼백에 사로 잡혔고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집에 돌아가니 1년이 지나 있었다. 한겨울을 유령에 사로 잡혔던 나는 역사의 행간에서 장보고 이순신에 버금가는 한 사내를 만났던 것이다." (작가)


동천홍은 역사소설이자 추리소설

[동천홍]의 서술구조는 검계의 미륵을 중심으로 한 '과거'와 21세기의 형사 노준호를 중심으로 한 '현재'가 매 장마다 위치를 번갈아가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독자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백여 년 시차가 초월해 연산의 시대와 현재를 왔다갔다한다. 그런데도 단 한순간 생경함이나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건 과거와 미래가 '미륵'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한 자루의 칼을 모티브로 작가가 기발한 상상력과 휘몰아치듯 독자들을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탄탄한 구성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왕십리의 한 골목에서 '내기바둑꾼' 남일수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의 등에는 '미륵'이란 글자가 새겨진 단검이 꽂혀 있고 형사 노준호가 이 사건을 추적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중종반정의 숨겨진 사실을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며, 불가의 연기(緣起)에 얽힌 살인사건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설가 김진우는 서평에서 [동천홍]은 "사람이 쓴 소설이 아니라 귀신이 쓴 소설!"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소설의 소재도 그렇거니와 다분히 귀기(鬼氣)어린 작가의 문체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소설 [동천홍]은 조선시대 협객행을 꿈꾸던 한 사내와 시차를 바꾸어 오늘을 살고 있는 한 경찰관의 이야기다. 미륵은 연산조를 무너트리고 반정공신의 반열에 올랐던 한 역사적 인물의 재현이고 경찰관은 오늘을 사는 한 소시민의 군상이다. 미륵의 세계는 동천홍(東天紅)이란 혁명을 목표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검계(조직폭력단) 사람들의 서늘한 살육과 의리를 얼개로 사랑과 격정이 살인 위에 펼쳐지는 잔혹사다." (서평에서)

바둑사이트에서 날개를 펼친 소설이어서인지, 읽다보면 조훈현 9단이나 이세돌 9단 같은 불세출의 천재기사들이 연상되는 장면이 곧잘 나오고, 우리 고유의 바둑인 '순장'을 매개로 주요 인물들이 마치 한 판의 바둑처럼 펼치는 극적 긴장과 반전을 음미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역사 드라마가 붐을 이루고 있는 이때, 중종반정의 비사(秘史)를 읽는 재미와 '바둑꾼' 남일수를 죽인 진범에 대한 대미의 충격적인 반전은 여름 더위를 잊게 할 것이다.



TYGEM /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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