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한국바둑, 이대로 좋은가?
국회 바둑정책토론 지상중계1
2005-09-16 오전 11:55: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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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노령층 등 거의 전 연령층이 참가하는 범국민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3개의 전문 바둑채널과 다양한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바둑팬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널리 분포된 바둑학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바둑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1997년 명지대학교에 창설된 바둑학과에서는 바둑의 학문적 정립과 함께 교육받은 바둑계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바둑은 세계 속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고, 한국인의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자랑스런 종목이자 경쟁력 있는 상품임이 분명하다. 서양인들의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증대하면서 바둑에 매료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한국바둑의 잠재력을 살려 세계화한다면 국가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한류바둑을 수출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세계적인 바둑스타들의 주옥같은 기보와, 바둑에 관한 경쟁력 있는 정보 및 지식들이
국내에만 머물러 세계 속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아깝게 사장되고
있는 셈이다.
1. 한국바둑의 발전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삼국시대부터 바둑이 성행했다고 기록되어 있다(김용국, 1981). 중국의
「사기」, 김부식의「삼국사기」와 일연의「삼국유사」 등에는 우리 조상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백제의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로 보냈다는 목화자단기국은 보물로 정창원에 소장되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왕족, 문인, 무인 등 상류층에서 바둑을 애호했고,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계층의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금기서화(琴棋書畵)의 4예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권경언, 1995).
2. 바둑 최강국이 된 배경 한국바둑의 급진적인 도약은 외국의 바둑팬들을 경탄시키고 있다. 바둑을 일본의 문화로만 알고 있던
서양인들은 "한국바둑,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하며 궁금해한다(한상대, 2000). 한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제패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인은 바둑과 매우 친숙한 국민: 매스미디어의 바둑용어,
바둑에 대한 우호적 정서. 첫째, 한국인은 바둑에 대한 친숙도와 호감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둘째, 바둑계에 천재기사들이 많이 출현했다. 셋째, 한국기사들은 일본의 바둑과는 색다른 특성의 바둑―실전적이고 기존의 관념을 초월한 포스트모너니즘적인―을
창조했다.
넷째, 어린이에 대한 바둑교육이 성행하면서 재주있는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다섯째, 프로지망생을 훈련시키는 전문도장에서는 실제적 문제해결 중심의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한국의 바둑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살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의 부재로 최강의 전력과 명성 및 잠재적인 자원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III. 바둑 세계화를 향하여 1. 세계적 상품으로서의 잠재력 자연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바둑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낳으며 국가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바둑을 세계화할 경우 한국은 바둑의 격조 있는 이미지와 결합되어 국가적인 이미지가 제고되고, 우리 상품의 인지도도 올라갈 것이다.
실제로 바둑을 아는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바둑이 강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외국에 유학을 간 학생들이 한국 출신임을 알고 서양의 학생들이 집으로 초청해 대국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한국바둑에 대한 정보는 조금씩 세계인에게 알려지고 있다. 일본어 명칭 '고(Go)'로 알려진 바둑이 이제는 '바둑(Baduk)'라고
말해도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적절한 세계화 전략을 구사한다면 바둑은 한국을 빛내는 유망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2. 한국바둑 세계화의 의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바둑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없다. 아마도 인간생활에 유익한 바둑을 세계 여러 나라에 보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바둑'을 세계화한다고 할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인 바둑을 왜 '한국바둑'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실 외국에서 받아들이려는 것은 '바둑'이라는 아이템이지, 어떤 특정한 나라의 바둑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바둑'을 세계화하려는 것은 세계 최강인 한국의 바둑이 해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세계인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석에 대해서도 거의 무지한 상태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일본이 바둑을 자국의 문화로 인식시킨 데 기인한다. 일본은 서구세계에 바둑을 전파하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국바둑에 대해서는 소개를 하지 않았다. 중국을 바둑의 발상지로 인정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데, 이로 인해 한국바둑은 세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바둑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는 실전대국과 바둑대회 위주의 승부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치우쳐 다른 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둑경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승부 지상주의가 팽배해 있어 문화가 중대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바둑의 경쟁력 있는 내용을 알리려 해도 막상 내세울 만한 상품이 없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예컨대, 이창호, 이세돌 등 바둑스타들이 세계대회를 우승하고 나면 약간의 뉴스와 함께 기보를 국내에서 생중계하는 것으로 끝나 버릴 뿐 그 내용을 재미있는 컨텐츠로 제작하여 부가가치를 낳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축구스타 박지성, 박주영 등이 팬들을 열광시키듯, 세계적인 바둑스타들을 통해 바둑팬들을 매료시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 바둑계의 인력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바둑문화를 제대로 조직하여 해외의 바둑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의 바둑팬 중 한국바둑의 독특한 요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바둑을 마음껏 향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라는 틀에서 주변국과 협력을 하며, 대외적인 홍보에서 뒤져 있는 한국바둑을 올바로 알리고자 하는 것이 '한국바둑 세계화'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바둑을 세계화한다는 것이 우리의 바둑문화를 올바로 알리는 것이라고 할 때, 단순히 해외의 바둑대회에 출전하여 대국을 하고 막강한 기술을 뽐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하겠다. 한국바둑을 널리 알리는 세계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한국바둑의 다양한 정보와 자원을 DB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신지식과 문화상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얼마든지 검색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가 되었지만, 한국바둑에 관한 정보는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에 관한 자료를 찾으려 하면 무척 힘들다. 영문으로 된 자료는커녕 한글로 된 자료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니, 이와 같은 상태에서 세계화를 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바둑에 관한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여 데이터 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다. 바둑의 제도, 용어, 역사, 철학, 문화, 인물, 이론 등 바둑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지식의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세계 속에 '바둑지식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2) 문화상품의 개발 연구
세계적인 바둑행사를 개최하여 외국인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한국바둑을 널리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외국의 바둑팬들은 한국이 바둑 분야에서 최강국인 만큼 바둑을 널리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둑계의 존경받는 원로인 기성 우칭위엔(吳淸源) 선생도 일찍부터 이런 주장을 했다. 효과적인 바둑행사를 위해서는 세계의 바둑팬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바둑페스티벌, 어린이 바둑캠프, 국제바둑학술대회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소수의 강자를 초청해 상금을 주는 대회만을 고집해서는 비용만 많이 들 뿐 실익은 별로 없다. 전통적 바둑강국인 한·중·일이 매번 상위권을 차지하고 나머지 나라의 참가자들은 들러리 역할을 하는 구조가 영속화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둑' 하면 기예를 겨루어 누가 잘하는가를 경쟁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엘리트 중심의 경쟁은 관중을 위해 싸우는 프로에게 한정시키는 것으로 족하다. 바둑을 순수하게 즐기는 아마추어까지 경쟁의 노예로 만들게 되면 대중적인 바둑축제는 불가능해진다. 실력이 낮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푸대접받는 행사에 누가 나가려 하겠는가. 상금과 같은 외적 보상이 아닌, 그 행사 자체가 즐거워서 참여하도록 하는 바둑축제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바둑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야 폭넓은 호응을 받을 수 있고, 진정한 바둑축제가 될 수 있다. 4) 바둑관광 유치
이런 면에서 바둑계는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 바둑계에서는 한국기원 회관을 크게 건립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세계의 바둑팬과 일반국민들이 즐겨 찾는 바둑의 전당을 지어 그 안에 회관을 두는 방법도 셍각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5) 해외 바둑보급 및 사범 파견 지금 해외에는 바둑에 관한 활동 및 한국바둑에 관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둑강국인 한국의 지원을 원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예로서, 유럽의 어떤 지역에서는 한국이 바둑클럽(기원)을 하나 만들어주면 'Go Club''이란 말 대신 'Baduk Club'으로 쓰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국에 관심을 돌려 지원책을 펼 필요가 있다. 지원책으로는 바둑활동에 관한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태권도처럼 해외에 바둑을 지도할 수 있는 사범을 파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둑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지도해 줄 수 있는 바둑지도자를 양성하여 해외에 파견하는 정책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바둑계의 인력배출 시스템을 점검해 봐야 한다. 현재는 프로기사 선발제도가 매우 엄격한 데 비해, 바둑을 가르치는 지도사의 선발은 다소 허술하게 되어 있다. 공인된 지도사 자격제도를 정착시켜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지도사를 배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위에 제시한 한국바둑 세계화 전략은 몇 가지 문제점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를 가로막는 제약요인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제도적인 면 바둑계 내부에 속한 여러 가지 제도, 즉 프로기사와 바둑지도사 선발제도, 원생제도 운영, 아마추어
단급 인정 제도 등 행정적인 부문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대부분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여 수십 년간 답습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들이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것도 있고 불합리한 것도 있다. 한국바둑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낳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영문 바둑서적 출간, 표준화된 기력검사 개발, 흥미로운 바둑컨텐츠 제작, 매력적인 바둑이벤트 기획, 해외 바둑계 지원 등을 위한 재정이 거의 없는 상태에 있다. 바둑기업들은 이런 부문에 대한 투자가 단기적으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듯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영역에의 투자가 마케팅 면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이나, 바둑계의 행정기관과 기업체에서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
바둑계에는 수천 명의 종사자들이 각 분야에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전문성(expertise)을 제대로 갖춘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란 10년 이상의 피땀나는 노력을 통해 그 분야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그 분야의 문제해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프로기사들은 10년 이상의 힘든 노력을 거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기사도 실기영역의 전문가일 뿐 바둑의 근본원리와 이론에 관해서는 깊이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 바둑이론에 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바둑교육에 종사하는 지도사들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바둑기술 외의 전문성을 쌓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어린이 바둑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동기로 볼 때 바둑지도사들은 바둑에 관한 교양, 교육학, 아동심리 등 관련된 여러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으로 보인다. 바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도 전문성이 취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수요자의 요구를 조사하여 정책을 펴는 마케팅의 전문가, 바둑문화를 창의적 컨텐츠로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바둑산업의 측면에서는 동종의 업체들이 서로 중복투자를 하여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바둑방송이나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거의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경쟁업체에서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을 뚫어 특성화를 하는 것이 유리해 뵈는데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를 갈등을 야기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하게 되어 보다 큰 틀에서 세계화로 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테넷 사이트들이 각자 특성화된 사업을 하여 이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단연 최강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터넷의 강점인 시공간 초월의 특성을 살려 영문 바둑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5. 문화적인 면 바둑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제약요인은 바둑계에 만연되어 있는 승부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바둑계 종사자들이나 아마추어 모두 대국을 하여 누가 이기는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바둑이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므로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다른 면을 보지 못하고, 바둑의 다양한 잠재적 가치를 개발하기가 힘들어진다. 승부편향적 사고로 인한 문제점의 예로, 어린이바둑교육이 우리나라 바둑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임에도 한국기원이나 바둑미디어에서 이에 관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한국바둑을 유지시키는 사회, 문화적 요인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국바둑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전략 설정과 함께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매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 조성과 이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1. 바둑의 정체성 확립: 스포츠로서의 바둑 바둑계에서는 제도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점에 주목하여 바둑을 스포츠로 진입시키려는 노력을 해 왔다. 이미 중국, 북한, 동구 등에서 바둑이 스포츠 영역에 들어 있고, 올림픽위원회에서도 체스, 브리지 등을 올림픽 종목에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바둑계에서는 대한체육회에 인정단체로 가입하고, 준가맹 단체로의 승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바둑이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럽을 순회하고 돌아온 바둑원정단(한상대)에 따르면, 네덜란드 바둑협회는 체육부에 등록되어 적은 금액이지만 자금 지원을 받고 있고, 체육부 기준에 따라 바둑선수들도 약물검사를 한다고 한다. 스포츠의 개념을 설정한 서구 사회는 이미 과거의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는 본래 '일에서 벗어난 놀이'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의 요건으로 놀이, 게임, 대근육운동의 세 가지를 드는데(이천희, 1998), 이것은 과거에 서양인들이 생각했던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즉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으로 보는 입장을 반영한다. 동양의 스포츠인 무도, 요가, 기공 등은 모두 심신의 운동을 하나로 파악한다. 오늘날 서구세계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동양적 사고로 기울고 있으며, 이런 흐름에 따라 스포츠와 관련된 몸과 마음을 분리해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는 점차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에서도 고전적인 스포츠의 정의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수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스포츠를 신체운동에 국한시키려 한다면, 요즘 비상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당장 스포츠에 편입시켜야 할 것이다. 놀이, 게임, 신체운동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인들이 이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온라인게임이 인간생활에 그다지 이롭지 않다고 보는, 즉 심신의 건강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측면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가 갖는 이런 측면―심신에 유익한 활동이라는 '체육'의 측면―이 스포츠의 보다 가치 있는 측면으로 보이며, 이런 면에서 인간의 심신에 유익한 바둑을 포용하는 것이 오히려 스포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며, 스포츠 분야도 'E-스포츠'라는 영역이 생겨나 오프라인 활동을 흡수하는 상황에서, '심신의 건전한 발달'이라는 신개념을 도입하여 스포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스포츠의 발전에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둑이 스포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경우 한국은 스포츠의 개념과 철학을 새롭게 정초하며, 스포츠이론에서도 세계적인 권위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 스포츠는 더는 마음이 배제된 신체만의 운동이 아니다. 심신이 통합된 인간의 건전한 놀이이자 심신을 함께 발달시키는 운동이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2. 스포츠바둑시대의 바둑계의 자세
이런 상황에서 바둑계는 보다 능동적이고 대승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체육회의 정식단체로
가맹될 경우의 실리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가지면 체육계의 빈축을 살 뿐만 아니라, 바둑계 자체에도 정체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스포츠로서의 바둑을 세상에 천명한 마당에는 스포츠바둑시대에 걸맞는 제도와 정책을 펴도록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체육계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스포츠의 개념을 정립하여 동질감을 형성하고, 체육회 가맹을 계기로 바둑계를 구체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탐색하고, 세계 속에 한국바둑을 수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바둑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단체의 활동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국가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경쟁력 있는 여러 분야를 지원하고 있으나, 바둑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 있다. 한국바둑이 세계 속에 이름을 떨치며 국민에게 우수한 두뇌를 가진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공헌을
고려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관점일 것이다. 특히나 자연자원이 빈약하여
우리가 가진 인적, 문화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외화를 벌여들여야 할 입장에 있는 우리의 경제적 현실에서 보더라도, 국익에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는 바둑을 지원하여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전에 한 공무원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때밀이 관광도 추진한다.
바둑과 같이 격조 있는 상품은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충분히 지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바둑계의 다양한 자원을 개발하여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 IT산업 등에 지원하는 것처럼 바둑산업에 지원을 해 준다면 바둑계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국가에서 바둑계를 지원하는 방법은 크게 제도적인 면과 재정적인 면의 두 가지가 있다. 1) 제도적인 지원
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을 배워 건전한 여가선용을 하고, 바둑을 통해 지적, 인성적 발달을 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사실 바둑은 제대로 교육을 한다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능력인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고, 충동성을 억제하며 사려 깊은 행동을 하게 하고 수리력, 공간지각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과 함께 도덕성을 스스로 체득케 하는 매우 유용한 교육적 도구이다. 바둑은 '난가(爛柯)' 즉 썩은 도끼자루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흥미진진한 놀이이면서, 전쟁이나 기업의 경쟁과 같은 치열한 투쟁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을 초월하여 욕념의 절제, 순리, 조화 등과 같은 도덕적 원리를 깨우치게 하는 요소를 담고 있다. 실제로 주의가 산만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린이들이 바둑을 통해서 정신집중력을 강화한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바둑을 배워 장차 세계무대로 진출한다면 비즈니스 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교육적 측면에서도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바둑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
있다. 현재 특기적성 바둑교육은 초등학교에서 크게 활성화되고 있으며, 군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 학생이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운용하고 있다. 바둑지도사 제도를 공인된 제도로 만들어 국제 바둑지도사 자격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도 시급하다. 바둑지도사들이 정교한 바둑이론과 실기능력, 바둑교육론, 인간발달과 심리, 바둑문화 등에 관한 폭넓은 전문지식을
쌓아 세계 여러 나라에 가서 올바로 바둑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교육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부여하는 바둑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려고 할 것이다. 2) 재정적인 지원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한국이 바둑을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바둑 속에 담긴 다양한 내용을 발굴하여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 만들고, 세계인을 한국으로 이끌 수 있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바둑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로 만들 수 있는 매우 풍부한 내용을 갖고 있다. 신라의 효성왕과 신충의 바둑이야기, 이순신 장군의 바둑이야기, 예성강곡 등 역사적인 바둑야화를 만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고, 현대의 스타들은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 4단처럼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다. 「바둑의 발견」(문용직, 1998), 「바둑철학」(박우석, 2002), 「요순에서 이창호까지」(박치문,
1992) 등 영문으로 번역되면 세계의 바둑팬들을 감동시킬 명저들도 많다. 어린이 바둑교육 시스템, 노인을 위한 바둑건강 프로그램
등의 개발도 세계화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한 바둑학과에서는 최일호의 '기력구성이론', 정수현의 '바둑 문제해결 원리' 등 신지식을
창출하고 있다.
VI. 맺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국바둑을 세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바둑계의 많은 사람들은 현재와 같이 한국바둑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을 때 다이내믹한 활동을 전개하여 국가적으 유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온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주로 인적, 제도적, 재정적인 면의 취약한 구조 때문이다. 한국바둑의 다양한 잠재력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것이다. 바둑계에 팽배해 있는 승부 편향적인 사고도 바둑계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의 바둑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자원을 가시적인 상품으로 제작할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도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바둑계도 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바둑 세계화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국민생활에 유익한 바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 여타 제도적인 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의 자랑스런 한국바둑, 중국 등 외국에서 바둑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창호 국수 등 최고의 스타들을 이대로 썩히지 않도록 바둑계와 체육계, 국민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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