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신년 인터뷰] 조대현 프로기사회장에게 듣는다
"바둑계가 살려면 시장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2006-01-01 오전 2:06:56 입력
흔히 “바둑계의 주인은 팬들”이라 한다. 하지만 바둑팬은 수요자의 처지이지 공급자가 아니다. 그 실체가 항상 눈앞에 드러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바둑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실체는 한국기원일 수밖에 없는데, 한국기원을 형성하는 두 축은 프로기사와 사무국이다. 바둑행정이나 정책 집행은 사무국이 한다. 그러나 사무국이 프로기사들의 정서와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는 힘든 구조다. 프로기사들의 존재는 앙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프로기사 없는 바둑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프로기사회는 친목단체라고는 하나 사실 압력단체요 이익단체의 성격도 띤다. 이러한 프로기사회의 회장은 그 비중과 역할에 있어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바둑팬들께 덕담 한마디 해주시죠?“2006년은 간지로는 병술년(丙戌年). 개띠 해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는 충복(忠僕)의 상징입니다. 충성과 의리는 배신을 일삼는 우리 사회에 큰 교훈을 줍니다. 지금까지 바둑은 우리 주변에 오래 머물며 개처럼 희노애락을 함께 해 왔습니다. 거짓이 통하지 않는 가장 깨끗한 승부가 바둑입니다. 그렇기에 수천년 동안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올해도 바둑과 함께 멋진 한해를 꾸려 가시기 바랍니다. 바둑도 많이 느시고요.” -해가 거듭될수록 바둑계가 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변화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고요. 이 와중에 프로기사들의 입지도 예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회장님의 젊은 시절 바둑계와 지금 바둑계의 활동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비교한다면? “저같은 경우는 지금이 예전보다 못합니다. 지금은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가 늘어 얼핏 바둑계의 상황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인쇄매체를 제외하고 바둑보급을 전적으로 기사들에게 의지했기에 지도기라든가 행사 초청 등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그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었지요.”
재원확보는 여의치 않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고육지책이었지요. 이 단수당은 현재 40세 이하의 기사들은 별도로 수령하지 않고 모아 마스터즈 대회를 벌이고 있지요.” -글쎄, 제 기억이 맞다면 3년전 최고 호봉을 받는 조남철 선생의 단수당이 60만원 가량이었던 거 같고요 조훈현 9단이 40만원대였던 거 같은데요, 성적이 좋은 기사들이야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지만 그 외의 기사들은 걱정이 많겠군요. 승부세계라는 게 원래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들이 화려한 법이고 그 화려함을 좇아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것이지만, 그렇다 해도 기사들의 복지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닐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한 별다른 구상을 갖고 계신지? “그렇습니다. 올해 상금랭킹 10위가 6천만원이 안되더군요. 기전 상금 외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겠지요. 저희가 바둑을
스포츠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둑이 문화 예술 방면에 머물러 있는 쪽보다는 체육 쪽으로 갈 때 그 시장을 더 넓힐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보급면에서도 그렇고요. 다행이 이번 달 열릴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바둑이 준가맹 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 당장 체육계로 들어간다 하여 뚜렷하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병역혜택이라든가 특기생 진학 등
이러한 수혜만으로도 바둑지망생들이 늘어날 것이고 바둑보급 일선에 활력이 붙을 걸로 기대합니다.
고 살만한 시장성을 갖고 있다면 많이 뽑은들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대책 없이 뽑는 것도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봅니다.” -속된 말로 링 아래 관전자의 처지에서 코치하는 것하고 링 위에 올라가 막상 싸우는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데요(웃음), 어차피 프로세계는 실력 위주의 승부세계인데 모든 승부사들이 다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럴 수도 없고요. 이것이 딜레마인데… “프로기사가 되면 다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생계는 꾸려나갈 방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프로바둑의 세계를 여타 스포츠의 세계와 같이 봐서는 안됩니다. 야구나 축구에서 웬만큼 한다하는 선수들은 젊은 나이에 계약금만 수억원,
수십억원씩 쥡니다. 그쪽은 한때 잘 나갈 때 쥐는 한몫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지만 바둑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지요. 저희도 체력이 뒷받침되고 머리가 명석할 때인 젊은 시절에 버는 수입으로 어느 정도 여생을 설계할 형편이 된다면 실력위주의
퇴출 운운 소리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럼 회장님께서는 현재 입단 문호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많거나 적다고 생각하십니까? “하하, 그 문제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입니다.”
-단(段)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소리도 있는데요, 예전에 단이야 실력과 비례해 자연스레 권위가 실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승단대회도 사라진 마당이고 더군다나 단수당도 동결상태고. 일본 같은 경우는 단수당마저 없애는 분위기인데요. 사실 단수당이 입단문호를 대폭 넓히지 못하는 속사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요. 일부 의견은 골프처럼 ‘프로’라는 호칭을 쓰자고도 하고 태권도처럼 ‘사범’으로 통일하자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하나 반문해 보지요. 우리보다 발달된 일본이나 중국이 단제도를 폐지한다는 소리가 있습니까? 그런 소리를 들어본 바 없습니다. 이는 그들도 단제도에 대해 그나름 이유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단을 꼭 실력의 잣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기사들의 경력과 경륜을 대변하는 바둑계의 미풍양속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있는 제도를 무조건 버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살릴 것인가를 연구하는 쪽이 여러모로 플러스가 된다 봅니다.” -오늘 답변하시기 곤란한 질문에도 좋은 말씀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올해도 프로기사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