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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의 북한바둑행사 참관기③-1

8월 23일, 개막식장에 가다

2006-09-20 오전 11:10:05 입력 / 2008-01-25 오후 4:33:19 수정

4월, 유럽각지의 바둑계 소식을 들려줬던 한상대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최 '제2차 세계무도대회의 바둑 소식'을 전한다[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 바로가기].

한상대 교수는 호주 팀 단장 겸 선수로 8월 22일에 북한에 들어가게 됐다. 29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한교수. 과연 북한 바둑행사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이젬에서는 한상대 교수의 북한 방문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북한 방문기는 타이젬 칼럼 '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8월 23일(수)-1

아침에 식당엘 내려 가니까 우리 테이블에 포크, 나이프가 있고 양식만 나온다. 내가 종업원에게 수저가 있느냐고 묻자 놀라며 “조선말을 하시네요” 하며 반색을 한다. 그리곤 곧 수저를 가져오고 밥, 김치, 국 등을 가져 온다. 이 후 이 안내원 김정란양이 우리를 항상 돌봐주고 나중엔 우리와 꽤 친해 졌다. 우리에겐 한식과 양식, 계란도 두 개, 아이스크림도 두 개씩 가져다 준다. 외국인 뿐인 식당에 우리만 같은 민족이라고 해 주는 특별 대우다.


▲ 카페 종업원 이영란 양과.

식사 후 국제 선수단은 백 차가 호위하는 50인승 버스 7대에 분승해서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다. 뒷 자리에 모여 앉아 있던 대학생들 중 한 명이 “시저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며 건넌 강 이름이 뭐지?” 하고 주위에 묻는다. 대답이 없다. 몇 줄 앞에 타고 가던 내가 “루비콘” 하고 소리치니까 “맞아, 루비콘 강이야” 하며 날 보고 웃는다. “여기 있는 동무들이 그 강 이름을 다 모른단 말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아십니까?” 하니까 안내가 “이 분은 남조선 대학에서 오신 교수님이셔” 하니까 “남조선에서요?” 하며 호기심 있는 반응을 보인다. “제 이름은 한경림입니다” 하길래 내가 “나하고 성이 같네” “선생님도 한가(韓家) 이십니까? 우리는 본(本)이 하나라 다 친척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교수님 통역 순영이 하고 한 반이고 전공도 영어로 같습니다”’ 하며 반가워 한다. 경림이는 이 후 순영이와 함께 항상 내 옆에서 맴 돈다.


▲ 만경대를 뒤로 하고.


▲ 만경대 우물 앞.

만경대는 초가 집을 깨끗하게 복원 해 놓고 가족 친척 사진 등이 걸려 있다. 외양간이 있는 전형적 우리나라 시골 집이다. 이런 곳 에서 자란 사람이 북한에서는 거의 신(神)의 대우를 받는 인물이 됐다. 이 곳 담당 안내원들이 여러 나라 말로 생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 앞에 있는 우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을 먹는다.


▲ 김금순 씨가 하루쉬고 대신 온 이규연 양.


▲ 멕시코 단장, 통역, 안내원과.

우리는 ‘바둑경기 전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선수 촌 송구 장으로 갔다. 이 곳이 바둑경기장이다. 회의장에 도착해서 내 자리를 찾는데 못 찾겠다. 다른 선수들은 벌써 다 앉아 있다. 아마 실수로 나를 빠트린 모양이다. 조금 있다가 안내가 오더니 나를 앞자리 헤드 테이블로 데려 간다. 가 보니 바둑 경기 조직위원장(조선바둑협회 서기장) 옆 자리에 내가 부 위원장으로 자리가 마련 되어 있다. 자기네가 회의를 열어 나를 부위원장으로 뽑았다는데 나에겐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

중국 선수들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자세히 보니 작년에 서울 국제 팀 바둑대회에 나온 선수들이다. 중국은 이 대회에 일본 세계대회 우승자 두 명을 포함 최강 4 명을 보냈다. 화쉐밍 여자프로가 왔나 본데 나와는 말이 안 통해 대화의 기회를 못 가졌다. 북한 선수들은 다 마르고 작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좋다. 나이는 최고령(?)으로 다른 선수들이 놀리느라고 “아저씨”라고 불리는 리봉일 선수가 27세이고 제일 어린 선수가 14세이다. 회의에서 스위스제도 6회전을 하려면 26일에 묘향산 구경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자 대부분이 바둑을 두는 쪽을 택한다. 나는 묘향산 쪽이었다.


▲ 평양기원 리세충 원장(왼쪽에서 두번째)와 조선 바둑협회 진시환 서기장(왼쪽에서 네번째).

회의 후 점심 식사하러 호텔로 가는 일행을 벗어나 우리는 따로 택시를 잡아 타고 고려호텔로 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냉면인데 북한에 있는 동안 매일 하루에 한끼는 평양 시내로 나가 냉면으로 먹고 싶다는 요구를 안내에게 했다. 그런데 뜻 밖에 받아 들여진다. 북한도 그 정도 유연성은 보이고 있었다. 냉면 전문식당 옥류관이 수리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첫 날은 평양에서 제일 유명한 고려 호텔을 택했다. 물론 나는 냉면을 핑계로 평양 시내를 최대로 많이 보려는 속셈이 따로 있었다.


▲ 평양고려호텔 도어맨.

고려호텔은 음식점 거리 끝 편에 있다. 우리나라 호텔에 비해 검소했으나 있을 건 다 있어 보인다. 나는 호텔 식당에서 랭면, 석쇠 불고기, 동태 회, 녹두 지짐, 등 여러 가지를 시켰다. 맛이 다 좋다, 젊은 통역 아가씨들이 불고기를 시켜 주었는데 안 먹는다. 잘 먹을 줄 기대했는데.


▲ 고려호텔에서 찍은 음식점 거리.

평양 거리는 한산하고 깨끗했다. 도로는 넓은데 다니는 차량이 아주 적다. 동구권 도시의 어느 부분이라고 해도 믿겠다. “사랑과 가난은 숨기지 못 한다”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난했다. 에너지가 없으면 생산이 없고 생산이 없으면 자본축적이 안 되고 자본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빈곤의 악 순환” 이다. 북한이 그 악순환에 들어 와 있어 고전 하는 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도 누구나 애국심, 자존심이 높다. 자기네가 고생 하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을 국제적으로 철저히 고립시켜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미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절대 굴 하지 않겠다는 의지들이 결연하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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