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유럽각지의 바둑계 소식을 들려줬던 한상대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최 '제2차 세계무도대회의 바둑 소식'을 전한다?[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 바로가기].
한상대 교수는 호주 팀 단장 겸 선수로 8월 22일에 북한에 들어가게 됐다. 29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한교수. 과연 북한 바둑행사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이젬에서는 한상대 교수의 북한 방문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북한 방문기는 타이젬 칼럼 '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8월 27일(일)-1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 오니까 종업원들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나보고 “고맙습니다” 하길래 “뭐가?” 하니까 “어제 북조선 바둑 선수단 전체에게 저녁 사신 것 말입니다” 한다. 카페 등 호텔 모든 곳에서 우리에게 감사해 한다. 저녁 한번 사고 호텔에서 일약 유명해졌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하루 종일 관광만 다니는 날이다. 아침에 모두 정장을 하고 나오라고 한다. 첫 목적지는 금수산 기념 궁전인데 즉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버스가 30분 이상을 달려 우리는 기념 궁전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지인데도 버스, 지하철 역이 있다. 궁전에 들어가는데 절차가 까다롭다. 몸수색도 철저히 하고 아무런 금속도 통과를 못 하게 한다. 나도 카메라를 맡겨야 했다. 처음에 평지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복도의 길이가 길이 최소 1Km 이상 되어 보인다.
 ▲ 입구 벽에 있는 김일성 사진. | 학생 군인 단체들이 많이 와 있으나 외국인부터 먼저 들여 보내느라고 기다리고있다. 수많은 북한인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발, 옷의 먼지까지 빨아들이는 곳을 통과 한 후 화려하고 긴 복도를 한 없이 에스컬레이터로 움직인다. “왜 이렇게 복도를 비싼 돈을 들여 길게 만들었을까? 목적이 있을 텐데”. 서태후가 만든 북경 이화원의 긴 복도도 여기에 대니까 어림 없다. |
긴 복도 자체도 돌과 대리석으로 지은 훌륭한 건축물이다. 에너지가 없는 나라가 여기를 어떻게 유지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곳은 딴 세상이다.
북한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 본다. 벽은 다 대리석이고 건물은 너무 화려하게 잘 지어서 궁전이라고 부를만 했다. 본부 건물에 도착하여 큰 홀에 들어가니까 불 빛을 받고 서 있는 거대한 흰색의 김일성 석상이 있다. 그 앞에 삼삼오오 몇 명씩 잠깐 서있다 가게한다. 거기에다 절 하는 북한 사람들이 보인다. 군인들이 건물 요소요소에 부동 자세로 서 있다. 훌륭한 건물, 잔잔히 깔리는 북한 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 멜로디, 엄숙한 군인들, 모든 분위기와 여건이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먼저 김일성이 받은 훈장실로 들어 갔다. 세계 각국에서 받은 훈장, 감사장 등이 방 가득히 메우고 있다. 대부분이 아프리카나 동구권에서 받은것 들이다. 그 중에서 미국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도 보인다. 궁전 안은 다 대리석이고 큰 홀과 홀의 연속이다. 드디어 김일성의 시신이 있는 방에 왔다. 조명을 약간 어둡게 하고 사람 키보다 더 큰 큼지막한 유리관이 홀 한가운데 불빛을 받고 있다.
그 안에 알코올 속에 김일성이 누워 있다. 보기에는 그냥 투명한 유리 안에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안내가 나에게 “그냥 편안히 주무시는 모습이십니다” 라고 했는데 정말 그래 보였다. 사람들이 발 밑에서 시작하여 양 옆, 머리 쪽에서 김일성을 향해 네 번 절을 하는데 머리가 무릎까지 숙여지는 절들을 한다. 김일성의 얼굴과 턱에 경계가 없을 정도로 살이 쪄서 내가 혈압으로 쓰러졌느냐고 나중에 안내에게 물어 보니까 “사무실서 근무 하다가 쓰러 지셨습니다” 한다.
시신이 안치 된 방을 나와서도 그의 업적을 간추린 곳. 그가 타고 다니던 전용기차, 그가 타고 다니던 차(벤츠 600) 등도 전시 되고 있다. 밖으로 나오기 직전 방명록이 있어 내가 이름만 쓰니까 옆에 있던 군인이 한장을 다 채워 쓰라고 한다. 나는 고인이 생전에 이룩한 모든 일이 통일을 위해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작용되길 바란다는 글을 써놓고 나왔다. 화장실에 가 봤더니 특급 호텔 보다 더 좋다. 나오는 길에 끝없이 이어지는 시골 아주머니들, 군인, 학생 행렬과 옆으로 지나치면서 나는 가까이서 본 북한 사람이 이제는 수천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골 아주머니들이 다 색이 있는 치마 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외출복이라고 한다. 통역 순영양이 나에게 “여기 오려면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뽑혀서 오는 겁니다” 한다.
 ▲ 금수산 기념 궁전 앞에서. |
금수산 기념 궁전의 방문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 철저한 고립, 에너지 결핍, 극한 빈곤, 사회주의 체제유지, 핵 무기 보유, 북한은 도대체 어디를 향하여 치닫고 있는 걸까?
내가 통역 순영이에게 “장래 꿈이 뭐냐”고 묻자 “조국의 충성된 딸이 되는 겁니다” 한다. 내가 웃으니까 “왜 웃습니까?” 한다 “남한에선 그렇게 답하는 여대생은 없어” 했다.
안내가 나에게 “위대한 김일성수령의 공식직함은 주석이고 경애하는 김정일장군의 직함은 군사위원장이지만 저는 그분들의 직함을 붙여 불러 본 일이 일생에 한 번도 없습니다. 공식 직함만 부르면 존경하는 뜻이 안전달 되니까요”. 들어보니 마치 옛 선비가 왕을 '님'이라고 칭 하는 심리 상태다. 완전히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 있으리오” 하고 같다. 내가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을 왜 장군이라고 칭합니까?” 하니까 조용해 지더니 답을 못 한다. 그녀가 그 답을 하는데 하루가 걸린다.
 ▲ 동명성왕능. |
우리가 다음 방문한 곳은 동명성왕능이다. 동명성왕은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이 죽은 후 붙여진 시호다. 고주몽은 어려서부터 활을 잘 쏘아 파리까지 맞추는 실력자라고 전한다. 나는 그가 형제들의 시기를 피해 도망가게 되고 후에 동부여에서 찾아 온 그의 아들 유리와 만나는 얘기를 어릴 때 읽어서 기억하고 있다. 고구려는 도읍지를 옮길 때 마다 자기네 왕릉도 함께 이장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 동명성왕능. |
이 고구려 시조 왕릉은 일본인을 비롯 도굴꾼에게 여러번 도굴 당했으나 남은 잔해들도 수백점에 이르러 이를 모아 1991년에 다시 왕릉을 재건하고 출토된 고구려 동색 기와를 사용해 건물 지붕을 건축 했다. 왕릉을 지키는 역할을 하던 정릉사란 절도 능 앞에 세웠다. 단청도 고구려 식으로 했는데 조선시대 단청 보다 덜 세련되고 단아했지만 더 남성적이다. 절에 들어가 중들과 잠깐 대화를 했는데 가짜란 생각이 금방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관광객들과 사진찍는 용으론 훌륭했다.
 ▲ 전릉사 전경. |
이 무렵부터 다른 나라 통역을 맡은 평양 외국어 대학생들이 내곁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도 남한에서 온 교수가 있다고 하니까 흥미를 갖고 접근한다. 경림이와 순영이가 나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데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 얘기를 접하고 있다. 안내가 신경을 써서 나도 그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얘기는 되도록 피했다. 내가 그들에게 “중국이 고구려가 자기네 역사의 일부였다고 주장하고 나오는 걸 어떻게 생각 하나?” 하니까 “미친 놈들입니다. 당장 고구려 시조의 능이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고구려 후손입니다. 자기네 역사책에도 다 고구려는 우리나라로 되어 있습니다” 하며 단호하다. 북한 사람들과 고구려나 독도 얘기를 해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한 학생이 나에게 묻는다. “교수님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전쟁을 하면 어느쪽이 이기리라고 생각합니까?” 내가 “미국이 이기지” 하니까 좀 놀란다. “남한이 미국과 동맹을 맺어서 그렇게 생각 하시나 본데 왜 미국이 이긴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다. “미국이 국력이 훨씬 강하니까. 대학생하고 초등학생하고 싸움을 붙이면 누가 이기겠어?” 하니까 “만약 소학생은 태권도로 몸이 단련 되고 대학생은 물켕이면 소학생이 이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한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초 강국이지 물켕이가 아니야”
그래도 그는 안 물러선다. “미국에 원자력 발전소가 102군데가 있는데 우리 미사일이 세계에서 제일 정확하니까 그 발전소부터 부수고 미국 놈 약40만명을 죽이면 미국이 항복 할 수 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한다.
내가 “누가 쓴 시나리오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야. 현실은 그 반대일 걸” 이라고 하자 그는 “그렇다면, 왜 미국이 조선을 공격 못합니까? 우리가 핵무기가 있고 강하니까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못 공격하는 거 아닙니까? 안 그러면 그 놈들이 우리를 미워하니까 벌써 전쟁을 일으켰을 텐데요” 한다. “글쎄, 핵무기가 전쟁을 막는 요소도 있겠지. 미국이 북한을 세계3대 '악의 축'으로 몰면서도 공격을 안 하는 건 미국을 말리는 남한과의 관계도 있고 모든 국제적 여건이 들어 맞질 않아 그런 거야” 그들이 내 말을 열심히 듣는다.
 ▲ 전릉사 내부. |
호주 태권도팀으로 온 데니(Denny)가 나에게 “북한 대학생들과 대화를 했는데 그들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은 많고 애국심과 자존심은 세지만 다른 나라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어서 놀랬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틀렸다. 북한의 젊은이 들은 밖에 세상에 대해 정보를 잘 못 받아 편견은 있을 망정 호기심은 대단한 것을 대화를 하면서 내가 알겠다. 미국에 대해서 적개심은 많으나 그들에게 미국에 대한 공포가 큰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한 학생이 “남한 학생들은 왜 머리에 노랑 물을 드리고 다닙니까? 미국 놈처럼 되고 싶어서 그럽니까?” 한다. 내가 “내 교실에도 물들인 학생이 많아. 나도 사실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으나 이제는 괜찮아 졌어. 다양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유행을 따라 변화를 추구 하는 것뿐이야. 자기 머리 색깔을 바꾸어 보는 일은 서양에서는 흔한데 그 유행을 받아들인 정도지. 미국인처럼 되고 싶어서 물들이는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