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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의 북한바둑행사 참관기⑤-1

8월 25일, 북한 바둑대회에 대해서

2006-09-22 오전 11:07:41 입력 / 2008-01-25 오후 4:31:51 수정

4월, 유럽각지의 바둑계 소식을 들려줬던 한상대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최 '제2차 세계무도대회의 바둑 소식'을 전한다?[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 바로가기].

한상대 교수는 호주 팀 단장 겸 선수로 8월 22일에 북한에 들어가게 됐다. 29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한교수. 과연 북한 바둑행사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타이젬에서는 한상대 교수의 북한 방문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북한 방문기는 타이젬 칼럼 '한상대의 지구촌 바둑 기행'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8월 25일(금)-1

아침 식사 중 무국이 맛있길래 내가 밥을 말아 다 먹었더니 정란양이 다시 밥과 국 한 그릇씩을 또 갖다 준다. 내가 “누굴 돼지로 만들 셈이냐”며 농담을 했더니 웃으며 “그래도 많이 드시고 건강 하십시오” 하고 간다. 결핍의 사회에선 많이 주는 게 미덕이다. 그 마음이 고맙다. 아침 9시 경기장. 나와 3회전 상대는 박철만군. 지난번 북한 바둑대회 우승자다. 북한은 홀, 짝수를 맞춘 사람이 돌의 색깔을 정한다. 그래서 그 걸 모르는 나와 약간의 혼선이 빚어졌는데 박군이 얼른 싹싹하게 양보 한다. 복기를 하는데 전서기장, 리원장이 와서 동참 한다. 내 악수, 과수가 지적 받을 때 마다 다들 웃음이 넘친다.

오늘은 단장 회의가 있어 시내까지 안 나가고 근처에도 냉면을 잘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선수촌 내에 서산호텔 옆 골프장에 갔다. 이 곳도 북한의 상류층, 외국인이 오는 곳이라 고급이다. 2층 식당에서 음식을 몇 가지 시켰는데 다 맛있다. 냉면도 집 마다 조금씩 맛은 다르나 나에겐 다 맛있었다. 나는 선수촌에서 여대생 3명, 군인 2명과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눴다.


▲ 교복을 입은 여대생들.

오후 단장 회의에는 호주팀에선 나만 참가했다. 32개국에서 온 대표들이 주로 태권도 등 무술 문제에 대해서만 토론을 벌리고 있어 바둑은 낄 자리가 없었다. 북한 여자 통역관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조금 놀랬다. 북한은 외교관 자녀들이 그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고 돌아 온 후 평양 외국어 대학에서 그 나라 말을 전공하게 만든다고 한다. 멕시코(북한 말로 메히꼬) 단장이 나에게 자기 통역이 스페인 말을 자기만큼 잘 한다기에 내가 본인에게 직접 물어 봤다. 대답이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14살까지 페루에서 살다 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 말고도 여러 명이 스페인어를 잘 한다고 한다. 러시아(로씨아), 중국, 월남(윁남), 몽골 통역들이 왜 자기네 말처럼 유창하게 할 수 있는지 이유를 알겠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4회전에는 북한의 김성원 선수를 만났다. 패를 불청하고 대마를 잡으러 갔다가 내 대마가 거꾸로 잡혀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나는 복도에 나와 바둑 관계자들과 대화를 했다. 먼저 자기를 바둑 교원 이라고 소개하는 윤용명 5단과 얘기를 나누었다. 자기는 어린이를 가르치는데 자기 저서 “재미나요 바둑배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내가 한 권 달라고 하자 가져 온다고 했는데 못 받고 떠나오게 되었다. 가르치는 장소는 만경대 학생 소년궁전, 구락부 등 주로 두 군데라고 한다. 그 옆에 앉은 황현일 5단도 역시 어린이 교사인데 평양시 바둑원 등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내가 바둑대회에 대해 알아봤다. 바둑경기는 지난 8월 1일에 제6차 평양 어린이 바둑경기대회를 개최했는데 6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15일에는 제13차 평양시 바둑 애호가 대회가 열린다. 기타 명절 때 특별 경기를 하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보도한다고 한다. 복도 저 편에서 대한바둑협회 초청장을 갖고 왔다는 조총련계 바둑인이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능라도에 있는 5-1 체육관 (15 만명 수용 )

오기전에 대한바둑협회를 찾아가 내가 북한에 가니까 그들 초청 문제를 맡고 싶다고 했더니 협회 직원이 “우리가 조총련을 통해 다 준비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한다. 이 거절에 나는 속으로는 섭섭했으나 할 수 없었다. 나는 북한 바둑인들과 이렇게 허물 없이 친해 졌는데 내가 서울서 가져온 물만 따르면 되는 커피믹스, 핫초콜렛 등을 아침에 50인 분을 내놓았는데 지금에서야 잔을 구해와 약 40명 전부에게 한잔씩 돌린다. 그런데 잔이 작아 맛이 너무 진하다. 별 것도 아닌데 나에게 전부들 잘 마셨다고 인사한다.

조금 있다가 리봉일 선수가 복도로 나왔는데 저 편에 앉아 눈을 감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북한 남자선수 두 명이 중국선수들에게 반 집씩 패했다고 한다. 내가 옆으로 가니까 벌떡 일어나 절을 한다. 내가 얘기를 거니까 나보고 “하성봉이가 프로가 됐습니까?” 하고 묻는다. 내가 안 되었다고 하자 “프로가 되어 보겠다고 하던데요” 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2004년 일본에서 거행 된 세계 페어(Pair) 대회에서 리봉일-조새별 조가 남한의 하성봉-김지은 조를 누르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는 하성봉을 알고 있다.


▲ 빙상관 일부.

전서기장이 나에게 중국 선수들은 몸이 좋은데 우리 선수들은 잘 못 먹어서 뒷심이 딸려 반 집씩 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가 제일 동포 바둑인에게 식사를 한 끼 내라고 했더니 꽁무니를 뺐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까 너무 안쓰럽다. 우리가 우연히 북한 선수들에게 식사를 한 번 내면 어떻겠냐고 오늘 아침 식탁 에서도 의논 한 바가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신사장과 진박사를 쳐다 보니까 벌써 무슨 뜻인 줄 알고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즉석에서 우리가 북한 선수와 임원 전원을 내일 바둑경기 시상식이 끝난 후 저녁식사를 우리 호텔에 초대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고기를 실컷 먹여 줄 생각이다. 전서기장이 고마워 하며 “우리가 모두 35명쯤 되는데 괜찮겠습니까?” 한다.

북한은 1990년대 특히 1994년부터 4~5년간은 식량이 없어 국가 배급이 끊긴 상태로 몇 년 갔다. 의료 보급도 끊겼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나무 뿌리, 껍질과 특정 풀 종류를 합해 먹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곤 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수십만 명의 북한 사람들이 이 시기에 굶어 죽었다고 들었다. 북한에서는 이 시기를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미국 놈들이 우리를 굶겨 죽이려고 했지만 우리는 이겨냈습니다” 안내원이 비장하게 설명한다. “미국 놈들이 50년 이상 우리를 고립 시켰지만 우리가 결국은 승리를 할 것입니다”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기가 바둑 선수들의 성장기였다. 내가 무심코 “북한선수들 체격이 왜 이렇게 왜소하죠?” 하고 던졌던 질문이 후회된다. 참고로 영국 같은 나라는 식량 구입을 못하면 3개월치 밖에 비축량이 없어 그 다음부터는 굶게 된다. 현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실감 할 수 있는 얘기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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