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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타

'저는 바둑두는 여자 박지은입니다'

'여전사' 박지은과의 대화

2007-07-25 오전 11:40:04 입력 / 2007-07-25 오후 12:47:47 수정

사람들은 저를 '여전사'라고 부릅니다. 약하게 보이는 것 보다는 강하게 보이는 '여전사'라는 말이 좋습니다. 저는 바둑두는 여자입니다.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바둑은 치열해서 재미있습니다. 수적인 묘미가 많습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치열한 바둑을 두고 싶지만 잘 안됩니다. 실력이 늘어갈 수록, 수비형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1997년에 프로기사가 됐습니다. 바둑두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여자는 별로 없어서 일까요? 여자에게 프로기사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이죠.

프로기사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적에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하면서 연구실에 가서 리그전에도 참가하는 등 바둑을 좀 많이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999년에 여류명인전에서 우승 한번 하고 국내대회에서 뜸했죠? 정신을 좀 차리려고요. 요 몇년간 너무 공부에 소홀했던 것 같아서요.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아무래도 기복이 심한 것 같아요. 에잇! 열심히 안해서 그렇죠 뭐. 휴가철이라고는 하지만 참가하는 리그전도 끝내야하고 대회도 있고…조금 여유로워지면 계획을 세워 볼까해요.



프로기사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은 승부를 내야하는 직업이기에 지고 나면 괴롭습니다. 이제까지 지고나면 너무 고통스러워했던 것 같아요. 패배했을 때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이젠 예전과 달라지려 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결심했거든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을 바꾸니 얼마전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리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부담감이 많았는데 1국을 지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고요. 사실 1국을 지니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2국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국에서 지면 하루의 틈이 생기거든요. 결과야 어떻든 돌아오는 날짜에는 변동이 없으니까요. 그 시간은 상상하기도 싫더라고요. 물론 우승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없으면 안되겠지만 졌을 때의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어요.

참! 세계대회 우승을 해서 8단으로 승단이 됐어요. 승단도 하고 우승도 하고 좋았어요. 세계에서 여자 9단이 두명 밖에 없는데, 저는 아직…. 언제 될지 모르겠어요. ^^
사실 대리배 결승을 안 할 줄 알았어요. 워낙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던 대회라서 마음 편안하게 결승에 오르기까지 뒀던 대국의 대국료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진짜 대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김)혜민이도 비슷한 생각이었고요. 운좋게 바둑팬 여러분들과 주위분들이 도와주셔서 성사가 됐죠. 아마 주최측에서 중국 선수들이 탈락하니까 할 수는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대회 추친을 안 할 것 같아요. 중단된 일월성배도 한다고 하죠? 신기한 것 같아요.
중국에서는 먹고 자는 것은 괜찮았어요. 어렵게 대회가 성사되서 그런지 중국측에서도 잘 해주더라고요.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생을 좀 하긴 했어요. 하지만 동행했던 관계자 여러분들도 똑같이 힘들었는 걸요?

저는 지고나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예전에는 운동을 너무 많이해서 운동 중독자라고 불릴 정도였죠. 그래서인지 인터넷이나 잡지 등에 운동하는 사진들이 많이 실렸던 것 같습니다. 운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셔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실제로 저를 보면 놀라시곤 해요. 제가 엄청 크게 보이나봐요. 170cm정도 되는 줄 아시더라고요. ^^ 그래서 여동생한테 많이 혼나요. 이제 나이도 있는데 운동하는 모습만 보이면 되겠냐고, 구두도 신고 좀 꾸미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예의가 아니라고. 그러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종류의 운동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시도만 해보고 잘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 운동은 확실히 프로기사에게 필요 한 것 같습니다. 장시간 앉아 있다보면 몸이 굳고, 자세도 안 좋아지거든요. 요즘은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추천 할 만해요.
또, 가끔 친구하고 편지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되요. 바둑두는 친구가 아니라서 객관적으로 절 바라 봐 주거든요. 바둑두는 사람들은 자기가 그 입장을, 마음을 잘 아니까 함부로 말을 못해요. 지면 가만히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하죠.

바둑은 글쎄요. 남들은 평생직업이라고 하는데 집중 할 수 있는 시기, 공부하는 시기, 즐기는 시기가 다 다른 것 같아요. 30살 전까지는 열심히 해보려고요. 놀았던 시간이 많은 것 같아서요. 열심히 하다보면 그동안 뜸했던 여자 국내기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죠? 제가 한만큼 결과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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