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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는 영화 '기성 오청원'

키즈바둑의 손유진 씨 영화 감상평 남겨

2007-05-02 오후 5:09:59 입력 / 2008-01-25 오후 4:52:36 수정

오청원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기성 오청원'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두번 상영됐다. 5월 1일 전주 CGV에서 '기성 오청원'을 감상한 뒤 키즈바둑의 손유진 씨가 감상평을 남겼다.


기대와 설레임
2년 전쯤 “기성 오청원” 제작발표회 소식을 접했다. 바둑세계 기자로 일하던 때이기도 하지만 바둑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냥 넘길 소식이 아니었다. 내가 접했던 내용은 주연배우로 장첸이 발탁되었으며 오청원 선생과 직접 만나 바둑에 관한 그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바둑알 놓는 법까지 배우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살짝은 대중에게 바둑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설레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후, 중국에서 머무르는 기간 동안 한 TV영화채널에서 “기성 오청원”에 대한 리뷰를 스쳐가듯 목격(?)하기도 했지만, 상영관을 찾아볼 수 없어 무척이나 서운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가슴 한 켠에 기대와 설레임으로 남아있던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건 무료한 일상에 큰 두근거림을 가져다 주었다. 오바(?)라고 비춰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러했다.


감동과 아쉬움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흔히 말하는 예술영화에 대한 경험은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 도입부분에서 살짝 졸음이 밀려온 이유가 그것이리라. 영화가 시작한지 15분쯤 지났을까? 젊은 세이겐(영화에서 불려진 오청원 선생의 일본 이름)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호흡이 멈춰지곤 했다. 전문 평론가도 아닌지라 그저 느껴진 기분은 그랬다.

당시 일본과 중국은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중국인이면서 일본에 와 프로기사 활동을 하고 있는 세이겐의 입장은 모호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귀화를 조언했고 결국 바둑을 놓을 수 없던 세이겐은 귀화를 선택했다.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세이겐의 불안, 번뇌는 모두 거기에서 비롯 된 것처럼 보였다. 결핵으로 후지산에서 요양하던 장면에서 치파오(중국전통의상)을 입고 침상에 누어 있는 그,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에 이끌려 나갔다가 그것이 전쟁의 성과를 올린 것에 대한 축하이며, 그 대상이 중국임을 알자 불쾌해 하는 그, 파병되어 전장으로 가는 절친한 친구 기타니 미노루를 향해 “중국으로 가겠지…”라는 말을 전한 후 스승 세고에에게 바둑을 버리겠다 말하는 그. 모든 상황이 바둑을 선택해야만 해서 따라오는 고통이라고 해석 되었다.

지극히 감상적이며 유치한 관점일 듯 하지만, 그러한 괴로움 속에서도 결국 바둑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감동이 일렁였다. 바둑을 저렇게나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그 사랑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 기타니 미노루와의 치수고치기 십번기 중 상대방이 쓰러진 것도 모르게 바둑에 집중한 그의 모습은 손 끝에서부터 전율을 느끼게 했다. 또 쓰러지던 기타니 역시 작은 부채로 온몸을 지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일본의 기사들이 바둑에 임하는 모습은 “사무라이”같다고 해야할까? 강인함과 절제된 禮가 강하게 와 닿았다.

영화의 대부분은 세이겐의 종교에 관련 된 내용으로 엮여 있다. 그것이 나에겐 큰 아쉬움. 사실 기성 오청원의 전기를 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종교로 방황하던 시기가 영화에서 보여진 것처럼 그리 긴지는 몰랐다. (후에 확인해 보니 실제로 그 시기는 3년 미만이었다고 한다. 마치 영화에서는 10년 이상인 듯한 느낌을 준다.) 내용인 즉 슨 세이겐이 바둑을 버리고 진리탐구를 위한 탈출구로 사이비종교에 대한 신앙심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3년 여의 방황의 시기가 바둑에 관련 된 그의 에피소드보다 부각된 것 같아 아쉬웠다.


에필로그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영화가 끝나고 남겨진 느낌은 인간 세이겐에 대한 공감과 세이겐의 역경에 대한 놀람, 마지막 부분에 보여졌던 그의 인생에 대한 감동.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영화관 입장 시 관객상 투표용지를 받았었다. 나오는 출구 앞에서 다른 관객들이 투표하는 걸 보다 별 다섯 개를 내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기성 오청원을 아세요?” “아니까 보러 왔죠.” “어머, 바둑도 둘 줄 아시나 봐요?” “이 영화 바둑을 아는 사람들이 보는 영화 아니에요?” “어떠셨어요?” “바둑으로 채워진 인생, 바둑에 집중하는 인생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아주머니의 평가가 나와 다른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하면서도. 대중에게 바둑을 알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바둑인이 관심 갖는 영화라는 느낌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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