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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도장의 반란, 골든벨을 울리다

1호 프로기사 배출한 '골든벨 바둑도장' 김정렬 원장 인터뷰

2007-12-05 오전 11:46:10 입력 / 2007-12-05 오후 2:30:33 수정

초단의 반란은 프로기사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전 열린 111회 입단대회에서 무명의 '골든벨 바둑도장'이 첫 입단자(류동완 군)를 배출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권갑룡·허장회·김원·양재호·유창혁 바둑도장 등을 이창호·이세돌 9단으로 본다면 골든벨 바둑도장은 LG배 결승전에 오른 한상훈 초단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서울에 바둑 도장을 오픈한지 2년 7개월만에 1호 프로기사를 배출한 골든벨 바둑도장. 20여년간 한결같은 가르침으로 승부를 본 김정렬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렬 원장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골든벨 바둑도장 1호 프로기사 류동완 군 이야기에 바쁘다.
동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봐왔다. 주위가 워낙 산만해 부모님이 차분해 지라고 보내셨다. 기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특이한 점을 말하라면 싸움을 잘 한다는 것?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완이가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잡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실력은 약한데 신기하게 대회만 나가면 센 상대를 만나 이기곤 했다. (류)동완이는 광주에서 바둑을 배우다가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내가 서울로 오자 골든벨 도장을 찾았다.
입단대회 때 한국기원 앞에 있는 칼국수 집에 가는데 닭칼국수에 공기밥을 뚝딱 말아서 먹더라. 보통 큰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는 식사를 거르기 마련인데 배포가 큰 녀석이다.

프로기사를 많이 배출한 큰 도장들에 비해 규모가 아주 작다. 원생이 11명이라고.
다른 것은 몰라도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 골든벨 도장은 우수하고 책임감 있는 사범진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비록 11명 밖에 안 되지만 원생들은 명품 환경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품 사범들과 대국을 많이 해보니 어느 누구와 둬도 자신감이 있어 하는 것 같다.

김정렬 원장은 원래 광주에서 바둑교실을 했었다.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20여년간 노력을 쏟았다고. 밥 먹이면서 온소진·김지석 등을 키워 서울로 올려보내 대성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김원장이 말한 것 처럼 도장에는 명품 사범들이 열기를 품으며 대국을 하고 있다. 진짜 대회도 아닌 연습 바둑인데도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알고보니 도장에 모인 온소진·김지석 등이 김원장의 아들같은 제자들인 것.

어려서 부터 봐왔던 제자들이 사랑을 잊지 않고 자발적으로 도장에 찾아와 대가 없이 도움을 줘 고맙고, 자랑스럽다. 인원은 적지만 원생들은 프로기사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광주에서 바둑교실을 하다가 서울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 고향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서울에 온지 2년 7개월 정도 됐다. 지도자가 천직이라 생각하며 20여년간 지내왔지만 자식같은 제자들을 서울로 올려 보내는데 피눈물이 나더라. 오죽하면 6개월간 바둑교실 문을 닫았겠는가. 전남대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차리려고 알아보는 도중 (김)지석이 아버지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서울행을 결정하게 됐다. "제일 잘 하는 것이 뭡니까?"고 묻더라. 곰곰 생각해 보니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주춤 할 이유가 없었다.

한국기원하고 가까운 곳에 도장이 있다. 일부러 이 부근에 도장을 오픈했는가.
모든 승부는 한국기원에서 나온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장을 차리자고 생각을 했다.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운동이 아닌가. ^^

어렵게 결심해 오픈한 골든벨도장에서 2년 7개월만에 입단자가 나왔다. 허장회·권갑룡·김원 등 입단자가 나오는 도장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원생이 11명 밖에 되지 않는 도장에서 입단을 시켰다는 것은 바둑계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리 잡는데까지 3년을 계획했다. 홍보비도 만만치 않았고 다른 도장에 비해 시설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오로지 지도력으로 승부를 봐야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2년 7개월만에 첫 입단자가 나왔으니 어느정도 성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동완이가 입단을 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제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완이가 입단을 했으니 마음가짐이 더 새로워 지지 않을까 싶다.

특별한 리그전도 치러지고 있다고 들었다. 도장 벽면에 크게 자리잡은 대진표가 그것인가 보다. 12명이 리그전을 치르는데 프로기사는 8명, 원생은 4명이 출전? 거꾸로 됐다. 보통 프로기사가 2~3명의 학생을 지도하는데(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도장에 다니는 학생이라도 프로기사에게 지도대국 한번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골든벨 도장은 프로기사 두명이 한명의 원생을 지도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니 원생들의 실력이 팍팍 늘 수 밖에.
골든벨 리그다. 대진표를 봐서 알겠지만 온소진·백홍석·강동윤·김지석·김대용·윤찬희·진동규·이태현 등 초일류 프로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4명은 연구생인데 동완이가 입단했으니 이제 프로기사 9명이 참여하는 것이다.

가족같은 분위기이다. 프로기사들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리그전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원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평소에 초일류 프로기사들과 만나면서 실력 뿐 아니라 그 외적인 것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골든벨 리그의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입단 한 뒤 인터뷰할 때 오죽하면 류동완 군이 존경하는 프로기사로 온소진 4단을 꼽았을까. 의아했다. 이제까지 20여명의 입단자 인터뷰를 해 봤는데 조훈현·이창호·이세돌 9단 이름은 들어봤어도 신예기사를 꼽은 것은 처음인 것. 이유를 물으니 함께 생활하고 지도를 받아서 잘 안다며 온4단의 모든 면을 닮고 싶다고 한다. 온소진 4단은 류동완 군과 150국 이상의 지도대국을 했고, 입단대회를 하는 주말에 한국기원에 응원을 갔다.
'학생들을 사업적으로 대하면 안된다. 진실된 마음으로 대한다면 스스로 성장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김원장은 바둑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류동완 군을 대하는 온소진 4단의 따뜻한 마음가짐에 어릴 적 온4단에게 단수를 알려주던 김정렬 원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프로기사가 똘똘 뭉쳐 열기를 보이며 단시간에 입단자를 배출한 골든벨 도장만의, 김정렬 원장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골든벨 도장의 도훈은 '꿈을 실현하자, 함께 노력하자, 서로 도와주자'다. 바둑을 배우는데 있어 규모와 장소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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