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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그녀, 윤영선 5단을 만나다!

잘나가는 후배들 보면 뿌듯 - 해외보급은 내 천직

2008-05-09 오후 1:08:18 입력 / 2008-05-09 오후 2:06:45 수정

박영훈 9단과 백홍석 6단이 기성전 도전기 최종국을 펼치던 날, 한국기원에 여류기사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여류기성전 본선이 열리기도 했지만 윤영선 5단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소식에 동료기사들이 얼굴을 보러 몰린 것이다.

윤영선 5단은 볼일이 있어 남편 혼자 한국기원에 남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남편 부흐만 씨는 한국기원 여기저기를 훑고 다녔다. 1층에서는 차민수 4단과 하호정 3단의 대국을, 2층에서는 여류기성전 예선, 4층에서는 기성전 최종국 등을 지켜봤고 볼거리가 많아 매우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기원 4층 기사실에서 남편과 기자들은 바둑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윤영선 5단은 남편을 기자들에게 소개시킨 뒤 바둑 한 수 하지 않겠나며 기자들을 꼬셨다. 말 잘 듣는(?) 남편은 3점 접바둑을 두었고 남편이 바둑에 몰두하는 사이에 윤5단은 이영신 4단, 권효진 5단 등 동료기사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에서 온 그녀, 윤영선 5단을 만나보자.


▲ 남편의 바둑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윤영선 5단. 집에서는 절대 남편과 바둑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독일 생활은 괜찮은지.
이번 주말에 남동생 결혼식이 있어 한국에 왔다. 5월 2일에 왔고 16일에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이제 적응을 많이 해 불편함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함부르크에는 30~40여명의 바둑클럽 회원들이 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 들을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바둑을 어떻게 접하는가.
한국에서는 학원도 많고 도장도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에는 학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바둑을 접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직접 바둑클럽에 찾아오기도 하고 최근에는 '고스트 바둑왕'을 보고 무작정 바둑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

바둑은 주로 어디서 배우나.
오로지 바둑클럽이나 과외를 통해서만 바둑을 배울 수 있다. 나는 월요일에 클럽에 가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과외도 하고 있는데 그리 많지 않다. 학원이 없는 나라여서 어떤 수업이든 과외가 주를 이루고 있고 바둑은 음악이나 다른 과목에 비해 수강료가 턱없이 낮다. 일본이 무료로 바둑을 전파해 수강료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바둑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많은 돈을 주고 수업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 바둑을 두고 있는 윤영선 5단의 남편 부흐만 씨(왼쪽). 아마 3단의 기력을 갖고 있다.

언제부터 해외보급에 뜻을 두게 되었는가.
2001년에 처음으로 유럽콩글레스 바둑대회에 참가했었다. 그 것이 인연이 닿아 2005년만 빼고 해마다 모두 참가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해외에 바둑을 보급하겠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일을 내가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내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바둑을 가르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둑용어 설명이었다. 일본이 100여 년 전부터 프로기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바둑보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독일 모든 사람들이 일본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해 한국어로 다시 가르쳤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가 일본용어를 배우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해외보급에 꿈을 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바둑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에서 산다는 환상만 가지고 와서는 실패를 경험할 것이며,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겨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해외보급에 뜻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언어보다도 외국의 현실을 이야기 해줄 곳과 지원해줄 기관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 자비를 들여 외국에 나가게 되는데 생활하는 게 그리 쉽지 많은 않다.


▲ 2003년 제2회 정관장배에서 이영신 4단을 꺾고 결승에 오른 윤영선 5단. 윤5단은 박지은 9단에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승부사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
바둑뉴스를 접하다 보면 바둑을 두고 싶어진다. 후배들의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 선택에 대해서 미련이 없다. 멋있는 신랑도 얻었고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윤영선 5단의 소식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안녕하세요. 윤영선 5단입니다. 잊혀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저에 대해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여러분들과 만나지 못해 매우 아쉽지만 독일에서 한국 바둑을 널리 알리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TYGEM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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