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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나는 홍성지, 세계대회 우승이 목표

물가정보배 결승 1국 선점 - 도요타덴소배 본선 진출

2008-07-24 오후 8:50:56 입력 / 2008-07-24 오후 11:46:31 수정

"도요타덴소배 국내선발전은 저에게 의미가 커요. 춘란배, 잉씨배, 후지쯔배는 선발전 참가기회조차도 없었어요. 아무래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주고 랭킹이 오르면 또 다른 세계대회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잖아요."

7월 23일 오전 10시, 한국기원에서 제4회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 국내선발전이 열렸다. 7월 한국랭킹서 14위에 오른 홍성지 6단은 본선진출자 2명을 뽑는 대회에 턱걸이로 뽑혀 출전기회를 얻어 참가했다.

이 대국은 비공식으로 치러지며 대국료 등 한국기원에서 전혀 지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대국일정만 정해줄 뿐이다. 게다가 제한시간 3시간으로 프로기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대국조건을 갖췄다. 그럼에도 세계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홍성지 6단은 원성진 9단과 강동윤 8단을 차례로 꺾고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오는 26일에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생애 첫 타이틀 획득에 도전한다. 지난 20일 홍성지 6단은 제4회 물가정보배 프로기전 결승 제1국에서 한국랭킹 1위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해 타이틀 획득까지 1승만 남겨두고 있다. 바둑 팬들은 홍성지 6단의 상승세에 큰 관심을 쏟고 있으며 새로운 스타 탄생에 목말라 하고 있다.


▲ 도요타덴소배 국내선발전 최종국.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는데 저를 여러 학원에 보내셨어요. 1년 정도 지나고 나니까 다른 학원에는 안다니고 바둑학원에만 꾸준히 다니고 있더래요."

2001년 홍성지 6단은 윤준상 7단과 함께 입단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연구생이 되었고 4년 만에 프로기사가 되었다. 두, 세 번 정도 입단대회 예선에서 떨어지고 처음 오른 본선에서 바늘구멍과 같다는 입단 관문을 통과했다. 당시 함께 연구생이었던 기사는 이영구 7단, 강동윤 8단 등이 있다.

홍성지 6단도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기재가 뛰어났다. 1995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바둑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양상국 9단과 지도대국을 둘 기회가 있었는데 공부한지 1년 만에 프로기사에게 5점 접바둑을 두어 승리했다. 이를 계기로 홍성지 6단은 전주에서 서울로 바둑 유학길에 올랐다.

홍성지 6단은 1년 동안 친척집에서 거주했다. 연구생이 되던 해 양상국 도장에서 김원 도장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프로데뷔를 준비했고, 전주에서 살고 있던 부모님이 외아들을 따라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를 했다.


▲ 홍성지 6단.

"입단하고 나서 인터넷 게임을 즐겨했어요.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죠. 확실히 바둑보다 실력이 쉽게 늘더라고요."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최강이라 전해진다. 바둑TV에서 제작한 ‘특별한 생각 바둑과 스타크래프트’라는 방송에 고근태 6단과 함께 출연해 직접 게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 바둑도 즐겨하는지 물었다. 홍성지 6단은 "자주 두지는 않고 인터넷기전에 출전 자격을 얻을 정도의 기본 대국만 채워요. 프로식별아이디를 쓰는데 올해 초에 입상해서 상금 받았어요."라며 쑥쓰러워 했다.

홍성지 6단의 약력을 보면 2001년 입단, 2003년까지 본선에 오른 성적이 없다.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져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바둑에만 집중한 결과 2004년에야 비로소 제8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본선에 올랐고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청룡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기전 본선에도 올랐다.

2005년에는 제2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청룡부 8강에 올라 본선진출권을 획득했고 같은 해 제1기 십단전 8강, 2006년에는 제41기 왕위전 4강, 2007년에는 제3기 한국물가정보배 4강에 오르는 등 점점 바둑 팬들의 눈에 비춰지고 있다.


▲ 물가정보배 4강전 대국 모습. 홍성지 6단(오른쪽)은 5연패 사슬을 끊고 소중한 1승을 거뒀다.

"어렸을 때는 제가 많이 이겼던 것 같은데 요즘은 힘들어요. 2006년 왕위전이랑 2007년 물가정보배 4강에서 모두 이영구 7단에게 져서 탈락했어요. 올해 초에도 기성전 4강에서 탈락됐죠. 전생에 저랑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그런데 이번 물가정보배에서 또 만난거에요. 참 희한한 인연이죠? 하하."

홍성지 6단은 이영구 7단에게 5전 전패를 하고 있었다. '1승만 더 했으면' 할 때마다 이영구 7단이 나타났다. 이번 물가정보배 4강에서도 이영구 7단을 만났다. 예상과 달리 입단 후 처음으로 1승을 거둬 연패의 늪을 빠져 나왔고 동시에 처음으로 본격기전 결승에 올랐다. 홍성지 6단은 "이영구 7단과 겨룬 물가정보배 4강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결승에 진출한 것보다 연패 사슬을 끊어 놓았다는 것이 더 기뻤어요."라며 승리 후 소감을 전했다.

"요즘은 바둑 실력이 평준화된 것 같아요. 강동윤 8단이나 김지석 4단 등 1989년생 기사들 층이 두터워 굉장히 노력해야 해요. 그 다음에는 박영훈 9단, 최철한 9단, 원성진 9단이 주측이 되고 있는 1985년생 형들을 넘어서야 하겠죠."

실제로 20대 초반 기사들이 지금의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인원수도 많고 실력도 강해 라이벌도 특정 인물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홍성지 6단은 "바둑을 공부한다고 해도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다른 기사들이 다 하니까 나만 안하면 불안해지니까 하는거에요."라며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렇게 나와서 바둑두는 것이 재밌다고 한다.


▲ 양재호 도장에서 프로기사들과 리그전을 펼치고 있는 홍성지 6단.

"막상 이번 결승전은 크게 부담되지 않아요. 상대가 동년배 기사들이라면 승부욕이 생길텐데 워낙 강한 상대여서 오히려 편안해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죠. 지려고 바둑두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다 이기려고 두는거죠. 한 번 쯤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에요."

신예기사 홍성지 6단. 아니 이제는 입단 7년 차 중견기사다. 얼마 전 서봉수 9단에게 중견기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아직 우승의 기쁨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어느 새 중견기사가 되어버렸다. 그는 오는 27일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생애 첫 본격기전 우승을 노린다. 3번기 중에서 먼저 1승을 거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홍성지 6단은 마음 속에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TYGEM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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