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원 다케미야요코 이사장이 데미스하사비스에게 9단증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日本棋院]

구글(Google) 산하 딥마인드(DeepMind) CEO 데미스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21일 일본기원을 방문해 프로 바둑 기사 이야마유타와 특별 기념대국을 가졌다. 그는 이어 이치리키료와 대담을 나누고, 일본기원으로부터 아마추어 9단 증서를 받았다. 이는 2016년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브린이 중국기원을 찾아 녜웨이핑과 대국을 가진 이후 다시 한번 동서양의 중요한 만남을 가졌다.

하사비스는 일본기원에서 "알파고의 성공은 인공지능 현대화에 기여했고, AI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는 바둑을 사랑한 모든 사람 덕분이다. 여러분 덕분에 알파고가 탄생했고, 알파폴드(AlphaFold) 개발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하사비스는 일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야스나리가 쓴 ‘심오하고 유현한(深奥幽玄)’이라는 글귀가 적힌 족자 앞에서 이야마유타와 기념 대국을 가졌다. 이는 세계 문명이 교차하고 융합되는 훌륭한 상징적 장면이었다. 대국은 약 30수까지 진행됐으며, 하사비스는 AI 스타일로 3-3에 바로 착점하며 AI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대국에 대해 이야마유타는 "단 한 수도 실수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16년 3월, 한국 서울에서 열린 '시기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4대 1로 꺾었고, 2017년 5월 중국 우전에서는 중국의 일인자 커제에게 3대 0으로 완승한 뒤 공식 은퇴하며 전설로 남았다. 이후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케 했던 딥러닝과 신경망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힘썼다. 2024년 10월, 그는 알파폴드를 통해 인간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하사비스는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4세에 체스를 배우고 세계적인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1992년 캠브리지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후 게임 산업에 몸담았고, 2005년에는 런던대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11년 딥마인드를 창업해 2014년 구글에 인수됐으며, 2016년 알파고를 통해 이세돌을 꺾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인공지능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이날 하사비스는 일본기원에서 아마 9단 증서를 받았다. 이 증서에는 일본기원의 주요 프로 기사인 이치리키료, 이야마유타, 이시다요시오, 다카오신지, 다케미야마사키 등이 공동 서명했다. 일본기원 이사장 다케미야요코는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 기술의 혁신과 인류 발전의 미래를 보여줬다. 하사비스 박사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기쁜 마음으로 9단 증서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치리키료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AI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하사비스는 "AI의 다음 단계는 약 10년 후에 도달할 것이다. AI를 사용할 때는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을 반드시 결합해야 한다. 이는 바둑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동일하다"고 답했다.

하사비스는 바둑에 대한 애정을 밝히며 "대학 시절부터 바둑에 매료됐다. 체스보다 복잡하고 고유한 미적 가치를 가진 게임이다. 수학적 관점에서 바둑의 아름다움에 끌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하사비스는 알파폴드를 통해 인류 단백질 구조 예측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하사비스는 전날 11월 20일,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뇌 계산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이 의학과 생물학 연구를 변혁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제29회 게이오 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사비스는 "AI 연구는 수십억 인구의 삶을 개선하고, 난제를 해결하며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AI 혁명의 출발점은 바둑이었다"고 강조했다.

▲일본기원을 방문한 데미스하사비스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日本棋院]

▲이야마유타가 데미스하사비스와 기념 대국을 한 후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日本棋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