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인물
①그대는 푸르른 봄의 꽃 '홍무진'
투어가이드가 된 프로기사
2018-06-17 오후 9:21:43 입력 / 2020-04-26 오후 6:04:19 수정
6월,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푸른 풍경에 초여름의 바람이 불어 온다. 여름은 지글지글 타오르기 위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청춘은 어느 때 보다 뜨겁게 타오를 준비를 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슴 뛰는 청춘이 탁 트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통영에 자리를 잡았다.
'청춘(靑春)'은 통영과 거제의 투어가이드이다. 사람들은 그를 '무진대장' 이라고 부른다. 투어가이드는 본분을 다하지 않고 투어를 나갈 때면 나도 여행을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투어가이드는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다.
18년간 쉼 없이 한 곳을 향해 달려온 자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지금은 꿈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순간순간들이 행복하다. 여행은 늘 하고 있지만 또 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매일 여행하면서 살고 있는데 “여행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기 전에 10살 꼬마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서울 안가면 안 되요?”
“가야지!”
“나는 자식 낳으면 절대 바둑은 안 시킬거야!”
무진대장은 눈물을 삼키며 큰 배낭을 들고 다시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물론 서울에서의 생활이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진대장은 형들과 동생들과 함께 단체생활을 했다. 동고동락했던 그들은 지금 그에게 더없이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가 있는 통영에 한걸음에 달려와 함께 여행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소중한 동료들이다.
6학년 때 대한생명배에서 우승을 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내 입단 1순위였던 그의 입단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고배를 마셨다.
입단 결정국에서 3번 떨어지고 동률 재대국에서 2번을 떨어지면서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졌다. 그 이후로 입단대회에 놀러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랬는데 술술 풀렸다. 예전엔 잡념을 없애겠다고 신경 쓰다 보니 더 긴장을 했던 탓이다.
“어리고 순위로는 저쪽 밑에서 보이지도 않던 애들이 차례차례 입단하는 모습을 보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방황을 했죠.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전국을 돌아다녀 본 것 같아요. 답답할 때면 틈틈이 스쿠터를 타고 전국을 누볐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2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제주도 1호’ 남자프로기사가 되고 모든 것이 다 좋았다. 퓨쳐스리그에도 출전하고 프로암리그 등에서 활약하며 행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퓨쳐스리그가 폐막하자 바로 중국으로 바둑 유학을 떠났다. 행복을 찾고 싶었다. 큰 규모의 ‘거위홍 도장’으로 떠난 바둑 유학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주중과 주말에 온전히 바둑에 빠져봤다. 중국 동료들과 친분이 쌓여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는 중국 유학을 위해 개인과외를 받은 것이 보탬이 됐다.
무진대장의 여행은 중국에서도 계속됐다. 중국 신장 위구르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잊지 않는다. 평생 갈 기억 하나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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