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이세돌의 은퇴 대국 상대는 인공지능이었다. 21일 알려진 바와 같이 상대 인공지능은 NHN이 개발한 ‘한돌’이다. 게다가 치수 고치기 3번기 대결이다.

프로기사가 인공지능과 치수 고치기 대결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깜짝 소식이다. 지금까지 프로기사와 인공지능의 실력 차이는 두 점에서 세 점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누구도 정확한 차이를 말하기 어려웠다. 이세돌의 인공지능 치수고치기 대국을 통해 그 실력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다.

이세돌과 치수고치기를 할 '한돌'은 NHN이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8월에 중국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바둑국가대표 홍민표 코치는 “접바둑으로 시작하는 치수 고치기는 프로기사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마지막이기 때문에 프로와 인공지능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했을 수 있다. (이)세돌이 형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번째 대국은 이세돌이 두 점을 놓고 인공지능에 덤 7집반을 주면서 시작된다. 덤을 주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초깃값 세팅 때문이다. 현재 개발된 인공지능은 흑을 잡으면 무조건 중국 룰에 따라 덤을 주게 돼 있어 설정을 바꾸기 불가능하다.

만약 이세돌이 1국에서 진다면 19일 이어지는 2국에서는 ‘세 점’을 놓고 인공지능에 덤 7집반을 주게 된다. 2국에서도 진다면 21일 열리는 3국에서는 ‘네 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준다.

▲2016년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대국 모습.

1~3국의 치수에 대해서 프로기사들의 생각은 ‘1국은 가능성 있다’이다.

프로기사 원성진은 “2점을 놓고 7집 반을 주고 시작하는 것은 최근에도 많은 기사들이 인터넷에서 두고 있는 치수로 파격은 아닌 것 같다. 3점까지는 인공지능과 접바둑 연습을 많이 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활발히 바둑을 공부하고 있는 한 프로기사는 “이미 프로기사들이 전반적으로 인공지능 실력을 다 인정하고 있다. 기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고 있어서 크게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2점을 놓고 덤을 주는 것은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3점을 놓아도 한번 무리하면 바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토종 A.I ‘바둑이’ 연구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9개월째 참여하고 있는 프로기사 온소진은 인공지능과 대국 경험이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설명했다.
“인공지능 연구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건에서 많은 대국을 해봤다. 인공지능과 대국을 할 때는 몇 점을 놓는지, 시간을 얼마로 설정하느냐 등 다양한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기기 위해서는 대국을 많이 해봐야 한다. 많이 접하다 보면 적응이 되고,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야 유리하다는 감이 생길 것이다. 한번도 둬보지 않은 인공지능과 치수고치기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은퇴대국은 12월18일, 19일, 21에 3번기로 치러지며 1,2국은 서울에서, 3국은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시간은 2시간이며 SBS와 K바둑이 중계를 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