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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A가 VIVA를 외치는 날까지!
외국인 바둑도장 창설 5주변을 맞은 비바&진석도장 김승준 코세기디아나 인터뷰
2016-02-02 오후 7:12:15 입력 / 2016-02-03 오전 9:41:02 수정

▲ 외국인바둑도장 BIBA를 5년간 이어온 김승준 프로.

"브라보!'를 뜻하는 말 'VIVA'는 잘 알지만 비슷한 발음 'BIBA'는 아리송할 테다. 'BIBA'란 김승준(43) 프로가 5년 전 문을 연 외국인바둑도장으로 풀 네임은 블래키국제바둑아카데미(Blackie's International Baduk Academy)의 영문 약자다. 블래키는 피부가 검은 편인 김승준이 유럽여행을 갔을 때 현지 바둑팬이 지어준 애칭으로 그의 오랜 닉네임 '흑기사'와 비슷한 의미.

2011년 이맘때 김승준은 바둑도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 프로가 바둑도장을 개원하는 게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일이었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차린다고 했을 때는 적잖이 걱정되었다. 체스도장도 아니고 바둑도장을, 그것도 한국으로 찾아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겠다는 데야 걱정이 아니 될 수 없었다.

'그러다 힘들면 말겠지…' 하던 것이 벌써 5년째를 맞았다. 김승준은 헝가리에서 한국으로 와 입단한 코세기디아나(33)와 함께 외국인들의 지도사범으로서 어언 5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 동안 각종 아마대회나 바둑축제 같은 곳에 외국인 젊은이들이 가끔씩 눈에 띠였는데, 그들이 BIBA 소속 청년들이었다.

요즘은 바둑도 세계화바람을 타고는 있다. 아직까지 '파란 눈' 외국인들에게 전파하는 노력은 단체의 힘으로도 힘든 일이며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보급'이라는 것도 가끔씩 외국을 단기보급차 떠나는 정도가 보통이며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바둑을 배우러 먼 땅을 찾는 젊은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김승준은 BIBA도장을 만들어 결국 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단다. 경기도 산본시 비바&진석 바둑도장에서 김승준과 코세기디아나와 함께 BIBA의 5년을 돌아봤다.

▲ BIBA를 5년간 이끌어온 두 사범 코세기디아나와 김승준. 해외각국에서 모인 학생과 1월30일 조촐한 파티를 가졌다.

BIBA에 대해 소개를 간략히 부탁한다. BIBA는 VIVA와 다른가?(웃음)
해외바둑 보급에도 관심이 많았던 차에, 바둑최강국에서 외국인 전용 바둑도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절친한 헝가리 출신인 코세기디아나와 함께 BIBA를 만들었다. 유럽 미주 등지에서 한국으로 바둑 배우러 오는 청년들에겐 유일한 끈이 되고있다.

중국이나 일본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바둑을 배우러오는 제3세계 외국인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동접자가 대개는 6명 정도인데 수가 많은 때는 15명까지 있었다(하하). 총 5년 동안 110명 정도 다녀갔다. 대개는 BIBA에 오려면 시간과 돈을 만들어야 하는데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는 만만치 않다. 여름에는 대학생들이든 직장인들이든 시간을 내서 주로 많이 오고, 대개는 크리스마스 때 돌아간다. 그래서 지금은 비교적 숫자가 적은 시즌이다.

지금 여기에 오는 수준들은 어느 정도인가?
그냥 외국인들이 '신기한 맘에 바둑을 좀 두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8급 입문자는 110명에 1명이 있었다. 대부분 자국에서 바둑으로 선생이 되고 싶은 사람들로 타이젬 7단~5단 정도가 된다. 캐나다의 마누엘(Manuel)은 내게 2점 바둑이며 미국 입단대회에 나갔던 멤버다. 러시아의 아나(Ana)도 타이젬 5~6단쯤 된다. 다들 바둑이 늘고 싶다는 목표 하나다.

110명의 수료자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람은?
지금까지 5년 동안 30개국 110명 정도가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배웠던 친구도 있었고 옥스퍼드대의 수학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있는 친구들과 자주 오는 친구들이 기억난다. 3~4차례 방문한 친구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산티아고는 지금도 캠프나 국무총리배때는 꼭 오고, 프랑스의 토마, 영국의 게레스, 미국의 리처드 등 거의 다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오는데 디아나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고 들었다.
BIBA 자체가 디아나와 내가 공동창업주다. 특히 디아나는 외국친구들에게 롤 모델이며 지금도 블로그 웹사이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외국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들을 유치하는데 코세기의 공은 지대하다. 페이스북 e메일을 통해 BIBA 홍보하고 기존 회원들도 관리한다. 또 영어 교재도 만들었고.

바둑의 세계화에서 가장 중차대한 문제가 외국인 저변확대일 것이다. 왜 어렵고 거창한 사업에 개인 김승준이 산파역이 되었나?
아마강자이자 명지대 교수였던 이기봉 씨가 운영하던 국제바둑연구실 IBA(International Baduk Academy)이나 킹스필드 등이 외국인 대상 도장을 했지만 모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디아나는 그들과 절친한 사이였다. 2011년 당시 양건연구실에서 저는 양건 안조영 다아나와 함께 자주 어울렸던 관계로, 다아나가 어려운 사정을 얘기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 BIBA 5주년 기념 파티의 현장을 캐리커처했다. 호주에서 유학중인 연구생출신 오치민의 여자친구인 Zoe Constans(프랑스)가 그렸다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양건연구실이 또 한 달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그때 남은 친구들이 문제였다. 20대 초반의 외국젊은이들에게 얼마를 부담할 수 있느냐고 하니 3명이 합쳐 50만원을 낼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출발하자고 했다. 디아나의 원룸에 3명이 엉켜서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고, 후일 기숙사용도로 방을 얻는데 권리금도 내가 냈고… 이사 두 번하는데 월세 이상의 돈이 들었다. 그 후 차차 친구들이 늘어가면서 친분이 있는 진석바둑도장(원장 성기정)에서 BIBA도장을 정식으로 차렸고, 지금은 BIBA&진석도장으로 개명한 상태다. 이제는 도장의 아이들과 섞여서 리그전도 하고 제대로 잘 돌아간다. (같이 얘기를 나누던 디아나는 당시 김승준의 눈빛은 꼭 친구들을 도와줄 것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새삼스럽지만 BIBA는 돈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만족하는가?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은 없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바둑을 배우는 이러한 패턴이 당시엔 없었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 뿐이었다. BIBA만큼 열심히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심히 했다. 다만 디아나가 얘기한 것처럼, 영어도 배우고 외국학생들 알게 되면서 글로벌한 의식도 배웠다. 만약 내가 5년 동안 일반도장의 사범을 했다면 돈은 더 벌었을 것이다. 내 입으로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떤 사명감이 있다.

지금은 자택에서 기숙사를 겸하고 있다고 들었다. 불편할 텐데…
2대 초중반의 외국인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방을 쓰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보일러도 켜놓고 외출하다보니 보일러비도 한 달에 50만원이 나올 때가 있었다. 지금은 복층아파트를 얻어서 아래층은 살림을 살고 위층은 기숙사로 쓰고 있다. 어머님께서 일을 봐주신다.

▲ 작년11월 홍콩BIBA 분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지도다면기에 참석한 디아나와 김승준(뒷 모습).

점차적으로 바둑친구들이 늘어나고, 또 그 친구들이 바둑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면, 외국에서 BIBA 이름을 딴 지점 같은 것도 생길 듯하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분원이 생겼다. 명지대바둑학과 출신인 칸노히로키(25)가 홍콩BIBA를 작년에 오픈했다. 또 프랑스 싱가폴도 도장을 신설할 것이다.

그렇다면 BIBA의 공신력있는 라이센스가 필요할 것도 같은데?
당연하다. 해외에서 보급활동을 하려면 한국의 BIBA에서 공부했다는 증서를 걸어두어야 할 것이다. 수료증 같은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와 협조할 예정이다.

BIBA의 당면한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 시작할 때 BIBA가 5년까지 가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BIBA 본원이 중심을 가지고 발전해야 한다. 지금은 홍콩BIBA이 생겼지만 '다국적기업'이 5년 내 10군데는 생길 예정이다. 한국에서 캠프를 하고 싶다. 일본기원에서도 여름캠프가 있고 관서기원도 외국인 대상 캠프가 있다.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친구들을 끌어모으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씨뿌리기 작업이 될 것이다.

끝으로 외국인 보급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한마디를 한다면?
현대바둑이 생기면서부터 보급은 언제나 첫 머리에 놓인 화두였다. 국내보급은 대학생 군부대 등 제법 활성화가 되어있지만 해외보급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본전 유지하기가 힘들다. 프로가 외국에 파견되어서 바둑지도를 하고 오는 식보다는, 그 국가의 바둑선생님이 되고자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다. 현지 바둑인이 자비를 들여서 타국에 와서 바둑을 배운다는 것은 실로 갸륵한 일이다. 여기에도 분명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이들은 바둑실력도 늘고 지도교수법도 배우고 다시 바둑활동을 할 친구들이다. 이보다 더 좋은 보급은 없다.

▲ BIBA&진석도장의 모습. 한중일을 제외한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청년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아래는 타이젬에서 진지하게 바둑을 두는 젊은이들.

김승준(43)은 평소 중국어가 능통해 2001년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용병으로 중국리그에 진출한 바 있다. 그 인연으로 우한에서 중국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다 3년 만에 완전히 돌아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꼭 덧붙여달라고 했다.

"3년 전 갑자기 중국 진출을 결심한 데는 BIBA를 좀 더 잘 해 보려는 목적이 컸어요. BIBA의 운영이 '열정페이'로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죠. 최근 2년8개월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했고, 실제 원장 겸 사범으로는 디아나가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BIBA는 당연히 디아나와 외국청년이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튼 이제 한국으로 완전 복귀하여 BIBA일에 전념하게 되어 저도 기쁩니다. 이제 BIBA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여러 방법들 찾아보려고 합니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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