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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둑과 경영?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 했죠"
신간『정수현9단의 고수경영』펴낸 명지대 정수현 교수 인터뷰
2016-01-19 오전 10:43:41 입력 / 2016-12-07 오후 2:43:01 수정
▲『정수현9단의 고수경영』을 펴낸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


최근 몇 년간 '바둑'이라는 콘텐츠가 일반 대중들 품을 파고들며 시나브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2014년 6월과 7월 연이어 개봉한 영화 <스톤>과 <신의 한 수>가 바둑과 대중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서 '미생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공전의 히트작이 된 tvN 드라마 <미생>이 2014년 10월부터 방영되며 바둑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분위기를 이어 받아 출간된 '바둑황제' 조훈현의 저서『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바둑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이에 앞서 바둑의 장점을 연구해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바둑의 대중화에 앞장 선 사람이 있다. 바로 '바둑학의 창시자' 명지대학교 정수현(60) 교수.

1973년 17세의 나이로 프로 입단에 성공한 정수현 교수는 1977년부터 1981년까지 5회 연속 국수전 본선, 1979년부터 1984년까지 6년 연속 국기전 본선에 진출하는 등 프로무대에서도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1986년엔 현재 '신인왕전'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제1기 신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97년에는 바둑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입신(프로9단의 별칭)'에 올랐다.

프로기사로서도 꾸준한 성적을 냈던 정 교수는 사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바둑 팬들과 친숙해졌다. 『해프닝 극장』『반상의 파노라마』『바둑교본』『현대바둑의 이해』등 바둑 팬들의 서가에 한 두 권쯤은 꽂혀있을 법한 바둑 책들의 대다수가 그의 저서다.

▲ 2009년에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바둑 읽는 CEO』(왼쪽), 지난 15일 출간된 『정수현9단의 고수경영』.


정수현 교수는 한양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석사) 교육학(박사)을 전공하는 등 여느 바둑프로기사와는 다른 행보를 걷는다.

정 교수는 군복무 시절이었던 1977년, '바둑은 성격의 예술이다'라는 글을 써서 한국기원에 보냈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프로기사는 바둑 외에 다른 분야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어서겠지만, 재주가 많았던 정 교수는 예외적인 인물인 셈.

소위 '현모양처' 같은 성격이 많은 여성들의 바둑 기풍은 의외로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는 내용 등을 닮고 있는 이 글은『만다라』라는 장편소설로 잘 알려진 김성동 기자의 호평을 받고 게재된다. 정 교수의 데뷔작이라고 볼 수 있는 글이 약 40년 전에 발표된 것이니, 저술가로서의 자질 또한 진작부터 엿보였다.

1980년대 후반, 초청을 받아 미국에 방문한 정 교수는 교포들로부터 바둑 책을 저술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당시만 해도 바둑과 관련된 책은 대부분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

이 때부터 활발한 저술활동을 시작한 정 교수는 현재까지 약 50여 권의 바둑 책을 썼다. 바둑학과가 생기기 전부터 바둑계에서 이미 '정 교수'로 통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

하지만 이 무렵까지만 해도 정 교수 또한 여느 바둑 고수들과 같이 바둑의 기술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환점은 고려대학교에서 <바둑과 인생>을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때였다.

바둑과 인생이 일맥상통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다. 세상사가 한 판의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는 세사기일국(世事棋一局)이라는 말 또한 뭇 바둑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그러나 바둑과 인생을 접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텍스트로 바꾼 다음, 다시 짧은 강의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럴듯한 강의 자료가 만들어졌고, 정 교수의 '바둑과 인생' 강의는 입소문을 통해 점점 인기를 얻게 된다.

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엔 바둑과 경영을 연결짓는 시도에 착수했다. 정 교수가 처음부터 바둑에서 경영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계기가 된 것은 태국 세븐일레븐의 총수인 코작 회장과의 만남.

정 교수는 "코작 회장이 '나는 바둑에서 경영의 원리를 배웠고, 그것을 실전에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바둑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웃음).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바둑과 인생, 인생과 경영, 그리고 바둑과 경영이 모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둑과 경영의 교집합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자신과 같이 반신반의 할 사람들을 위해, 정 교수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바둑과 경영이 관계가 있다고 설파한 최초의 인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인 1347년 원나라 시대의 학자 우집이다. 우집은 명문으로 손꼽히는 '현현기경'의 서문을 쓴 학자로 바둑학계에 잘 알려져있다. 이 글에서 우집은 '바둑에서 경영조치 하는 방법과 공수를 살펴 결정하는 도는 국가에서 정령을 출납하는 기틀과 전쟁에서 지휘 하는 법과 같다'고 설파한다."

한편 우집의 현현기경 서문은 중국학 전공자들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게 되는 명문이라고.

▲ 정수현(승)-차수권. 지난해 8월에 벌어졌던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시니어조 경기 모습. 대학교수와 저술가, 기업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정 교수지만 승부에서도 여전히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앙일보에서 발간하는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는 [정수현의 바둑경영]이라는 콘텐츠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

또한 조직과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이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크레듀>와 연계해 '미생에서 완생으로-바둑에서 배우는 의사결정의 지혜'를 인터넷 강의로 제공하고 있다.

2009년 바둑과 경영을 접목한 최초의 저서『바둑읽는 CEO』가 출간되었고, 이듬해인 2010년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서 <바둑경영론>이 개설되었다. <바둑경영론>은 현재까지도 많은 바둑학과생들에게 유익한 과목으로 손꼽히는 강의.

얼마전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강의를 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 교수는 후학들을 위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바둑은 두는 것 자체로도 즐겁다. 재밌는 바둑에서 인생과 경영 등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나.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바둑의 장점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시장 개척과 일자리 창출 등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지난 15일에 출간된 정 교수의 최신작『정수현9단의 고수경영』은 바둑과 경영을 접목해 수많은 강의를 했던 자료들의 집약체다. '인생도 경영'이라는 안목으로 넓게 봤을 때, 이 책은 비단 기업인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기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가 될 전망이다.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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