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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 시사저널
라이벌 구도로 본 韓中 영웅들
조훈현vs녜웨이핑부터 이세돌vs구리까지, 韓中 세대별 라이벌
2015-01-28 오후 4:31:52 입력 / 2015-07-06 오전 11:13:49 수정
▲ 바둑올림픽이라 불렸던 제1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한중 바둑영웅 조훈현(왼쪽)과 녜웨이핑(오른쪽). (사진캡처=월간바둑) 

한중 역대 라이벌 구도는 어떻게 될까?

세계바둑계를 이끌던 한국 일본 중국의 3파전은 2000년 이후 일본이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한국과 중국이 세계바둑의 패권을 다투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은 세대간의 라이벌 구도가 있었다.

그 라이벌 구도는 조훈현vs녜웨이핑-마샤오춘, 이창호vs마샤오춘-창하오-구리, 이세돌vs구리 등이 그것인데 이런 라이벌 구도는 세계바둑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훈현(1953년생)은 당시 중국에서 패권을 다투던 녜웨이핑(1952년생)과 마샤오춘(1964년생)을 동시에 상대했다. 특히 중국바둑은 세대교체 기간이 짧은 탓에 이창호는 마샤오춘-창하오-구리까지 이어지는 3세대의 바둑을 모두 겪으며 상대해야 했다. 이세돌은 동갑내기 구리와 한중 바둑의 대표인물로 활동했다.

조훈현은 녜웨이핑과의 역대전적에서 9승6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 조훈현에게 가장 값진 승리는 1989년 9월5일 벌어진 제1회 응씨배 결승5국일 것이다. 당시 2대2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맞이한 최종국에서 조훈현이 철의 수문장으로 중국바둑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녜웨이핑을 꺾고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조훈현의 우승은 한국바둑 부흥의 발판이 됐다. 이외에도 조훈현은 제3회 동양증권배 8강전(1991.4.14)부터 제1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 본선1회전(1995.7.11)까지 6연승을 거두며 4년 넘게 녜웨이핑에게 무패행진을 이어 갔다.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조훈현과 중국바둑을 대표하는 녜웨이핑의 대결은 이렇게 조훈현의 승리로 끝났다.

▲ 지난 17일 합천 한중영재&정상 바둑대결에서 조우한 이창호(왼쪽)와 창하오가 우정어린 건배.

반외에서의 라이벌 사이의 개인관계는 어떨까? 조훈현은 녜웨이핑-마샤오춘과 개인적인 친분에 있어서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창호는 창하오와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아주 각별한 우정을 과시했다. 말 그대로 반상에서는 서로 적이지만 반외에서는 절친이었다. 이 두 사람의 관계에는 이창호의 친동생인 이영호의 역할이 컸다. 이세돌과 구리는 이창호-창하오 만큼은 아니지만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으며, 역사적인 10번기를 함께 하며 더욱 두터운 인연을 과시했다.

녜웨이핑의 뒤를 이어 등장한 인물이 마샤오춘이다. 조훈현은 마샤오춘에게도 9승7패로 역시 우세를 유지했다. 그 가운데 제3회 춘란배 8강전(2001.4.29)부터 2002중국갑조리그 11라운드(2002.6.27)까지 5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조훈현은 제6,7회 동양증권배 준결승전에서 모두 마샤오춘에게 패한 아픔이 있다. 마샤오춘은 제6회 동양증권배 준결승전에서 조훈현을 2대1로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해 결승전에서 녜웨이핑을 누르고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어 제7회 동양증권배 준결승전에서도 조훈현을 2대1로 누르고 결승전에 올랐으나 이창호에게 3대1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조훈현의 뒤를 이어 한국바둑의 왕좌를 물려받은 인물은 그의 제자인 이창호이다. 이창호의 전성기는 대략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로 볼 수 있다. 10여 년 간 독보적인 장기집권을 하는 동안에 중국의 마샤오춘 창하오 구리 등의 3세대를 함께 상대했다.

이창호는 마샤오춘과의 역대 전적에서 26승6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마샤오춘은 제7회 동양증권배 결승3국(1996.3.18)부터 제2회 LG배 8강전(1997.10.27)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이창호에게 10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을 정도로 이창호 콤플렉스에 빠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삼국지의 주유와 제갈량의 고사를 빗대어 "기생마, 하생이(旣生馬 何生李=하늘은 이미 마샤오춘을 낳았으면서 어찌 또 이창호와 같은 걸출한 인물을 나았는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 마샤오춘.


마샤오춘의 다음세대로 불리는 '육소룡' 멤버 중 핵심 멤버인 창하오 역시 이창호로 인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창하오는 오랫동안 중국1위 자리를 지키면서 좋든 싫든 세계의 일인자인 이창호와 대적해야 했다. 제1회 박카스배 한중천원전 3국(1997.7.17)부터 제4회 응씨배 결승2국(2001.11.3)까지 무려 약 4년3개월 동안 12연패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창호를 극복하지 못한 멍에는 중국 내에서 일인자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어 같은 육소룡 멤버들의 견제를 받기도 했으며, 또한 예상보다 빠른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부추겼다.

중국바둑계는 항상 이창호 이세돌 같은 슈퍼맨을 기대해 왔다. 불리하지만 언제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슈퍼맨, 불리한 형세지만 절대 패할 것 같지않은 그런 슈퍼맨을 기대해 왔다.

항상 속으로 '한국바둑은 이창호 빼면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전은 몰라도 5명~10명으로 대국을 벌이는 단체전이라면 중국이 더 강하다라는 말을 자주해왔다. 그러면서도 이창호와 같은 존재가 한국바둑계에 있다는 것을 내심 부러워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것이 구리였다. 구리는 마샤오춘이나 창하오 보다는 한국바둑에 더 잘 맞섰다.

이창호 시대 말기에 이창호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며 등장한 이세돌과 함께 중국 '소호'세대의 선두주자로 떠오르며 중국1위 자리를 꿰찬 구리를 공동 대응하게 됐다.

 
▲ 전원이 세계대회 우승자로 구성된 중국바둑의 스타들. 윗줄 파오원야오 판팅위 장웨이제 미위팅 스웨 퉈자시 저우루이양 천야오예 탕웨이싱, 아랫줄 쿵제 뤄시허 마샤오춘 위빈 창하오 구리. 

구리 역시 이창호와의 역대 전적에서 7승9패로 다소 열세다. 하지만 마샤오춘, 창하오과 비교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구리는 장기간 중국1위 자리에 오르면서 중국바둑의 일인자로 군림했으나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 유효기간(?)이 5년 이상은 유지되는 반면 중국은 구리시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길지 못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일인자는 한국의 일인자를 상대해 가면서 자국의 두터운 선수층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중국바둑계에는 세계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저우허양 셰허 탄샤오 등과 같이 짧은 기간 동안 중국1위 자리를 거쳐간 이는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적어도 이창호-이세돌 시대는 한국의 일인자가 세계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시기였다.

이때 이창호의 뒤를 이어 등장한 인물이 구리와 동갑내기인 이세돌이다. 중국으로 볼 때 또 다른 만만치 않은 상대의 출현이었다.

이세돌은 지금까지 구리와의 역대전적에서 22승1무21패를 기록 중이다. 이 두 사람은 44차례의 격전 중에 5연승 등의 장기간의 패배를 주고 받은 적도 없다. 그런 와중에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평행선을 이어가는 각축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균형을 깨뜨린 역사적인 10번기가 벌어졌다.

무려 우승상금 9억에 가까운 대결에서 이세돌이 6승2패로 승리를 거두며 이제까지의 모든 승부를 뒤로하고 최종 승자로 낙점을 받았다. 60세까지 이세돌과 함께 바둑을 두고 싶다는 말에 구리는 바둑생애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응수한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세대가 변해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구리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중반까지 2~4위권 맴돌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커제 미위팅 등의 상승세로 5위로 밀려났다. 그 순위는 더 이상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그의 뒤를 이어 올해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온 '90후' 세대 스웨가 구리 천야오예를 밀어내고 차세대 대권주자로 등장했다.

▲ 작년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세돌-구리 십번기 대결. 이 두 영웅들이야말로 진정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스웨는 2014년 초 두 차례 천야오예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5월초부터는 줄곧 1위 자리를 굳게 지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도 슈퍼맨은 아니었다. 그 역시 이세돌을 비롯하여 박정환 김지석을 마음대로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당분간 견제대상이 없을 정도로 굳건하게 중국1위 자리를 지켜갈 것으로 보이는 스웨는 지금까지 이세돌에게 2승5패, 박정환에게 6승3패, 김지석에게 2승3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중국바둑계가 랭킹1위에게 기대하고 있는 성적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한국바둑은 세대별 대결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월28일 현재, 한국은 세계바둑대회에서 56회 우승, 중국은 27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조훈현(11회), 이창호(21회)와 이세돌(17회)이 이룬 업적들이다. 당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진가를 볼 수 있는 기록이다.

현재 국내기사 가운데 한국랭킹 1,2위인 박정환(1993년생), 김지석(1989년생)을 위협하는 인물이나 세대는 아직 크게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처럼 한 세대의 큰 획을 그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중국1위인 스웨(1991년생)는 이미 소위 '95후'세대로 불리는 커제(1997년생), 미위팅(1995년생)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그들의 거센 도전을 수년간 버티면서 자신만의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아직 좀더 지켜볼 일이다. 중국은 선수층이 두텁다.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그만큼 정상을 지키는 것이 힘들고 정상에 머무르는 시간 역시 짧다.
TYGEM / 글 김경동, 편집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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