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시즌의 전반기가 종료됐다. 9개팀 간에 한 차례씩 돌아가며 대결한 결과 수려한합천이 6승2패로 선두에 나섰고, 2위 한국물가정보 다음의 3위~7위까지는 다섯 팀 모두 4승4패로 초밀집 대열을 이루고 있다.
12월1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이자 마지막 경기에서 사이버오로가 홈앤쇼핑을 3대2로 꺾고 4승4패로 반환점을 돌았다. 사이버오로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5할 승률을 맞추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문유빈(왼쪽)이 한태희를 꺾고 중요한 선취점을 올렸다. 지난 라운드에서 이창호를 꺾은 데 이은 2연승이다.
"문유빈 선수가 잘해주면서 고민이었던 장고대국에서 해법을 찾은 것 같다"는 양건 감독이다.
먼저 올 시즌 루키 돌풍의 주역인 문유빈이 한태희와의 첫 대결을 화끈한 한판승으로 장식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한태희는 2시간의 장고대국에서 4승1패를 거둬 '장고판의 황태자'로 불리는 홈앤쇼핑의 보루였으나 패하며 사이버오로의 앞이 훤히 열렸다.
주장 나현은 상대전적 2승2패에서 마주한 김명훈을 백 불계로 제압하며 4연패 후 4연승을 달렸다. 승부판으로 주목했던 이 판을 가져오면서 선제 2승을 거둔 사이버오로는 일찌감치 승리를 예약했다. 나현은 대국 후 "전반기엔 1~3국에서 많이 지니까 위축되기도 하고 뒤에 들어가는 사람이 부담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도 50% 성적을 하고 있고 점점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3대0 스트레이트 패배의 위기에 직면한 홈앤쇼핑은 4지명 심재익이 설현준을 꺾으며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4국은 홈앤쇼핑 주장 이영구의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5국의 한승주가 희망이었다.
▲경기 전 홍성지는 3승4패, 한승주는 2승5패.
부진 탈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홍성지(왼쪽)가 상대전적 2전2승을 기록하며 한승주를 4연패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기대감을 홍성지가 무너뜨렸다. 재주 많고 톡톡 튀는 한승주가 조화를 부릴 겨를도 없이 초반부터 큰 우세를 확립했다. 2대1의 리드에서 22시24분 사이버오로가 팀 승리를 결정했다. 홈앤쇼핑은 최종 4국에서 이영구가 송규상을 꺾는 것에 그쳤다.
사이버오로는 4승4패, 6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작하자마자 3연패로 암담했던 시점을 떠올리면 놀라운 약진이다.
여기에 5라운드부터 문유빈을 장고판에 배치하면서 전반부의 안정감이 높아진 것이 상승 동력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나아가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양건 감독이 혹독한 경험을 통해 이제서야 감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도 후반기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 양건 감독은 "일단 50% 승률로 마감하게 돼 다행이고, 전반기에 혹독한 공부가 된 만큼 후반기엔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올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부활되어 5위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만큼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는 극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후반기는 휴식없이 12월5일 목요일부터 이어진다. 10라운드 대진은 수려한합천-홈앤쇼핑(5일), 한국물가정보-화성시코리요(6일), 셀트리온-정관장 황진단(7일), Kixx-포스코케미칼(8일). 사이버오로는 휴번이다.
▲ "초반에 원하는 스타일로 풀려서 바둑도 괜찮았고 잘 풀렸다"는 국후의 나현(왼쪽).
김명훈은 후반에 나현이 축을 착각하면서 생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아쉬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초반에 주로 상대 1~2명을 상대한 공통점이 있는 두 기사.
심재익(왼쪽)이 지명과 랭킹의 열세를 딛고 설현준과의 첫 대결에서 승리하며 4연패 후 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랭킹11위 이영구(왼쪽)와 54위 송규상의 첫 대결.
초반 실리 면에서 크게 뒤진 송규상이 중반 이후 거세게 판을 흔들어 갔지만 노련한 이영구는 요지부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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