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중국 바둑계 ‘03허우'의 대표적인 인물 왕싱하오-투샤오위-진위청(좌측부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바둑계에서는 왕싱하오-투샤오위-진위청 등 ‘03허우(2003년 이후 출생자)’ 또래가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이후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세대다. 중국 바둑을 이끌었던 커제, 구쯔하오 등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급성장은 중국 바둑계의 단비가 되고 있다.
현재 랭킹 6위에 올라있는 왕싱하오(2004년생)는 2021년, 2022년 글로비스배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창기배에서 미위팅에게 2-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며 중앙 무대에 진출했고, 2024년 난양배 세계바둑대회 결승에 올라 2025년 2월 말 '세계최강' 신진서와 3번기 대결을 통해 우승을 다툴 만큼 성장했다.
왕싱하오가 특히 2022년 비공식 대회인 '텐센트 바둑토너먼트(TWT)' 결승전 때 신진서를 꺾으면서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만 18세도 되지 않았던 그가 세계최강으로 부상하고 있던 신진서와 결승3번기 대국을 벌여 2대1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 바둑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다시 결승에서 만나게 됐고 신진서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두 사람은 온라인 바둑 플랫폼 ‘예후(野狐)’에서 자주 맞붙었으며 지금까지 29번 대결을 펼쳐 신진서가 15승14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온라인 경기든 오프라인이든 '신공지능' 신진서를 이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신진서는 미위팅과 26승11패, 자오천위와 25승2패, 당이페이와 55승21패, 셰커와 43승16패 등으로 크게 우세를 보이며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는 강자임을 증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커제의 하락세와 함께 왕싱하오가 중국 바둑계의 차세대 대표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뜻밖에도 투샤오위(2003년생)는 예후에서 신진서와 12승10패로 우세를 보였다. 투샤오위는 ‘어메이위차오(峨眉漁樵)’라는 닉네임으로 12월에만 네 번 대결을 펼쳐 2승 2패로 팽팽한 실력을 보여줬다.
현재 랭킹 16위에 올라있는 투샤오위는 제25회 신인왕전 결승전에서 왕싱하오를 2-1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바 있으며, 또한 2022년 한중일녜웨이핑배 결승전에서 왕싱하오를 꺾고 우승 상금 25만위안을 획득했다.
투샤오위는 2024년 오프라인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중국갑조리그 정규 시즌 15라운드에서 13승 2패를 기록하며, 청두 팀을 정규 시즌 1위에 올려놨다. 최근 투샤오위는 중국에 2장 주어진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출전권 중 하나를 획득하며 또 한번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랭킹 27위에 올라 있는 진위청(2004년생)도 2024년 중국갑조리그에서 L항저우의 주력으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13승2패를 기록해 승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시즌 13연승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포함해 이세돌이 수립했던 19연승 대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성적을 거뒀다. 또한, 2024년 삼성화재배에서 첫 본선 진출에 성공해 설현준, 시바노도라마루, 쉬자양 등을 연파하고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중국 매체는 '또 한 명의 왕싱하오고 나타났다'라고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진위청은 2023년 9월 5단으로 승단한 이후 같은 해 12월 6단, 2024년 3월 7단, 8월 8단 등 1년 사이에 4단계를 뛰어넘는 초고속 승단을 했다. 진위청은 올해 박정환이 함께 뛰는 2024-2025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원익 팀에서 활약하게 된다.
중국에서 일명 200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00허우' 세대 중 딩하오는 이미 세계대회 3회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세 전후의 나이대에서 중국 바둑의 미래는 왕싱하오, 투샤오위, 진위청이라는 ‘삼총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딩하오 혼자 돌파하려던 '신진서'라는 거대한 벽을 이들이 함께해야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바둑팬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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